[한상숙기자] SK 최정의 아홉수가 길어지고 있다. 19홈런에 발이 묶인 채 한 달이 지났다.
최정의 마지막 홈런은 지난 8월 3일 대전 한화전에서 나왔다. 19호였다. 이후 한 달이 넘도록 대포 갈증을 풀지 못했다. 숫자는 딱 '19'에서 멈췄다. 공교롭게도 아홉수와 맞물리며 최정의 대포 실종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05년 데뷔한 최정의 시즌 최다 홈런은 20개다. 2010년과 2011년 잇따라 20홈런씩을 때려냈다. 올해에는 초반 페이스가 남달랐다. 5월에만 홈런 10개를 몰아치며 돌풍을 예고했다. 일찌감치 개인 최다 홈런 경신이 예고됐다. 그러나 6월에 홈런 3개로 줄어들다 7월에는 2개, 8월에는 1개에 그쳤다. 5월 6할8푼7리까지 올랐던 월간 장타율도 8월 3할7푼으로 떨어졌다.
타율은 늘 3할 언저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홈런이 안 나온다. 최정도 "펜스를 맞고 나오는 등 아쉬운 타구가 많았다"며 입맛을 다셨다.
야구에 '만족'을 모르는 최정은 "올해는 실패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에는 내 폼으로 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캠프 때부터 지금까지 헤매고 있다. 내 마음에 맞는 스윙을 찾다 지금까지 왔다"는 설명이었다. 최정은 "좌중간과 우중간으로 가는 타구가 거의 없다. 2루타도 별로 없다"면서 못내 아쉬워했다.
홈런 실종은 최정의 마음을 더욱 짓눌렀다. 초반 고공 행진을 하다 19홈런에서 그대로 멈춰버린 방망이가 야속할 따름이다. 최정은 "(홈런에) 신경을 안 썼는데, 19홈런에서 멈추니 답답하다. 21개라도 좋으니, 20개만 넘겼으면 좋겠다. 타격이 잘 될 때는 쉬운데 안 될 때는 정말 어렵다"며 "홈런 하나만 나오면 될 것 같다"고 거듭 말했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었던 넥센 강정호가 아홉수에서 벗어난 이후 최정의 시름이 더 깊어졌다. 강정호는 지난달 29일 대전 한화전에서 74일 만에 시즌 20호 홈런을 때려냈다. 최정은 "그동안 (강)정호가 답답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투수가 아닌 자신과 싸움을 하더라. 정호가 20홈런을 치는 모습을 보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러웠다"며 솔직히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정은 늘 "나는 홈런타자가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래도 개인 최다 홈런은 넘기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2년 연속 20홈런에 그쳤던 자신의 한계점을 넘어서고 싶은 마음이다. 그는 "홈런 19개와 20개는 정말 다르다. 천지 차다"라며 20홈런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다행히 안타는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타율(2할8푼7리)은 팀 내 2위다. 타격감이 떨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최정의 방망이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활화산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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