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8강에서 멈춰야 했지만 많은 것을 수확한 의미 있는 경기였다.
한국은 3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2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 8강전에서 일본에 1-3으로 패하며 4강 진출이 좌절됐다.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지만 실수 한 번이 흐름을 바꿨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투혼도 소용없었다. 기술 향상만이 강팀으로 가는 길이라는 교훈을 다시 깨달았다.
이번 한국 대표팀의 주축은 지난 2010년 17세 이하(U-17) 월드컵 우승 멤버다. 11명이 포함됐다. 남자 축구가 상위 대표팀으로 올라갈수록 걸러져 적게 살아남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많은 숫자다. 그만큼 여자 축구는 자원 자체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래도 선수들이 2년 사이 대형 국제대회를 두 차례나 경험한 것은 큰 소득이다. 당초 한국은 이번 대회에 나설 일이 없었다. 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 4위에 그쳐 3위까지 주어지는 출전권을 얻지 못한 것, 그러나 이번 U-20 월드컵 당초 개최국이었던 우즈베키스탄이 FIFA로부터 준비 부족을 지적받은 뒤 개최권을 반납했고 일본이 이를 이어받았다. 개최국으로 자동 출전권까지 갖게 된 일본이 아시아선수권 1위였기 때문에 4위였던 한국에게 행운의 출전권이 돌아왔다.
일본은 지난해 월드컵, 올해 올림픽에 일부 멤버가 뛰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10골을 넣으며 화력을 과시했고 한국전에서도 3골을 터뜨려 화려한 공격력을 뽐냈다.
반면, 한국은 월드컵과 올림픽 모두 지역 예선에서 탈락했다. 경험이 부족해 아쉬웠다. U-17, U-20 모두 본선 진출권을 얻지 못해 암흑기에 접어드는 했지만 이번 대회 출전으로 단비를 만났다.
무관심 속에서도 한국대표선수들은 큰 일을 해냈다. 한해 1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하는 대한축구협회지만 여자축구에 배정된 예산은 50억원이 조금 넘는다. 조중연 회장이 "국가대표가 한국 축구를 이끈다"라며 지원을 약속했지만 어디까지나 남자축구 위주의 이야기다.
여자축구는 여전히 인프라 구축에 애를 먹고 이다. 또, 지도자들도 여자 축구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거쳐가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 여자축구 지도자로 성과를 내면 남자축구에서 부르는 구조다. 그만큼 지도자들이 머무르기에는 처우나 환경이 열악하다.
2년 전 U-17 대표팀이 월드컵 우승으로 몇몇 지자체에서 지원금을 약속하는 등 활성화 기미가 잠시 보였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모든 시설도 남자 선수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어 여자 선수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16개 고교, 5개 대학에서 선발한 선수들로 월드컵에 출전해 8강 진출을 이뤄낸 것 자체가 기적이다.
그래도 스타는 탄생한다. 기존의 여민지(울산과학대)에 이어 이번 대회 4골을 넣은 전은하(강원도립대)가 에이스로 떠올랐다. 가장 가까운 2014 아시안게임에서 지소연(고베 아이낙), 여민지, 전은하가 함께 뛰면 한국의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더 멀리는 2015 캐나다 월드컵, 2016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 전망도 밝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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