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북일고) 감독이 이끄는 청소년 야구대표팀이 건국대와의 연습경기에서 1-3으로 패했다.
오는 30일 잠실과 목동구장에서 개최되는 제25회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18일부터 합숙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다지고 있는 청소년 대표팀은 그동안 두 차례 대학팀과의 평가전(경희대 2-1승/고려대 4-1승)에서는 모두 승리한 바 있다. 그러나 27일(월) 잠실구장에서 치른 건국대전에서는 공격과 수비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며 평가전 첫 패를 안고 말았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청소년 세계선수권대회엔 총 12개국이 참가, 2개조로 나눠 풀리그로 예선을 치른다. 조 3위까지 2라운드에 진출해 상대 조 1~3위와 차례로 맞붙어 순위를 확정 짓는다. 한국은 미국, 베네수엘라, 호주, 콜롬비아, 네덜란드 등과 A조에 속해 있으며 개막식 당일(30일)과 다음날 잠실구장에서 경기를 치른다. 그래서 이정훈 감독은 미리 실전 적응을 위해 연습경기 장소를 잠실구장으로 정해 이날 건국대전을 치렀다. 다행히 프로야구가 없는 월요일이라 가능했다.
경기는 대표팀 사령탑 이정훈 감독의 요청으로 9회가 아닌 10회까지 진행되었다. 대표팀 마운드는 이건욱(동산고2. 우완)을 필두로 이수민(상원고2. 좌완), 심재민(개성고2), 안규성(덕수고2. 사이드암), 송주영(북일고2. 사이드암), 장현식(서울고3. 우완), 윤형배(북일고3. 우완) 순으로 가동됐다.
건국대는 선발 문경찬(2학년. 우완)에 이어 이성욱(1학년. 좌완), 김승현(1학년. 우완), 문동욱(3학년. 우완) 등 총 4명이 차례로 던지며 맞섰다.
선취점부터 건국대에서 뽑았다. 3회 선두타자가 볼넷으로 살아 나간 뒤 평범한 투수 앞 땅볼 타구를 좌완 이수민이 더듬으며 주자가 두 명으로 불어났고, 이후 폭투까지 나와 주자 2. 3루로 위기를 맞았다. 건국대는 4번 이창진(3학년. 3루수)이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적시타를 터트렸다.
대표팀은 4회까지 건국대 선발 문경찬에게 단 1안타의 빈공을 보이며 0-2로 끌려갔다. 그러나 5회 1사 이후 한승택(덕수고3. 포수)이 우전 적시타로 2루에 있던 이우성(대전고3. 좌익수)을 불러들이는 데 성공하며 한 점을 추격했다.
초반 무딘 모습을 보인 대표팀 방망이는 후반 들어 서서히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매 이닝 안타를 기록하며 주자를 내보냈다. 그러나 득점과는 연결시키지 못했다. 10회 초까지 대표팀은 7안타 1사구로 1득점에 그쳤다.
1-2로 이미 승패가 결정난 가운데 10회말 이정훈 감독은 윤형배의 구위를 점검하고자 3아웃이 6아웃제를 요구했다. 윤형배는 지난 20일에 열린 신인지명회의에서 NC 다이노스의 우선지명을 받은 강속구 투수로 이번 대회에서는 마무리로 나설 예정이다. 지난 토요일 고려대전에서도 마지막 이닝에 등판, 3명의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운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윤형배의 컨디션은 좋지 못했다. 외야 플라이 2개와 내야 땅볼, 직선타로 4타자를 무난히 막아냈으나 이창진에게 좌익선상으로 흐르는 2루타를 허용했고 다음 타자 조정원(한화지명. 유격수)에게는 우익수 앞 안타를 맞고 한 점을 내줬다.
건국대는 7안타 사사구 6개로 3득점했다. 특히 고교 최고의 투수라 불리는 윤형배로부터 한 점을 뽑아내며 대학 형님의 자존심을 지켰다. 올 시즌 KBO 총재기와 대통령기 2개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건국대는 타선의 집중력과 마운드의 안정감 면에서 우위를 보이며 청소년 대표팀에게 긴장감을 안겨줬다.
이날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이창진(건국대3. 3루수)은 "청소년대표 투수들 볼이 대체적으로 구속도 빠르고 고교생답지 않았다"라며 "특히 좌완 심재민이 인상적"이라고 언급했다. 심재민은 6회 등판, 3-4-5번 중심타선을 연달아 삼진으로 잡아냈다. 또 윤형배에 대해선 "구속은 좋았다. 그런데 변화구가 밋밋해 눈에 보였다"라며 후배 투수의 공에 대한 느낌을 솔직히 피력했다.
건국대는 이천 교내 야구장을 대표팀 훈련 장소로 제공해 제대로 운동을 하지 못했던 상황. 차동철(건국대) 감독은 "옆에서 지켜봤는데 대표팀 훈련량도 많았고 열심히 하더라. 그런데 투수들의 구위가 기대보다 못한 것 같다"며 평가전을 가진 소감을 밝혔다. 경기 직전 선수들에게 만약 청소년 대표를 이길 경우 통닭을 사주겠노라 약속했던 차동철 감독은 팀이 승리를 거두자 머리를 긁적이며 쓴 입맛을 다시면서도 입가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청소년 대표팀은 이 날 경기 종료 후에도 배팅 연습과 수비 포메이션 지도를 받으며 한동안 잠실야구장을 떠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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