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솔직히 감독이 이끌면 될 줄 알았다." 이만수 SK 감독의 고백이다.
지난해 감독대행 시절부터 SK를 맡아 지휘봉을 휘두른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대행 꼬리표를 달고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해 준우승을 일궈냈고, 올 시즌 정식 감독을 맡아 호성적을 이끌고 있다.
이만수 감독의 1년은 누구보다 부침이 컸다. 초반 선두를 달리다 점점 순위가 하락해 7월에는 시즌 최다 8연패를 당하며 6위까지 떨어졌다. 팀은 물론 이만수 감독을 향한 시선이 차가웠다. 정규시즌 30경기를 남겨둔 시점, 24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이 감독은 "내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최근 연승 바람을 타며 다시 2위로 올라선 팀을 바라보며 이 감독이 느낀 감정이다.
이 감독은 "감독 초년병이다. 돌아보면 전반기와 후반기, 내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며 말문을 열었다. "전반기 때는 솔직히 감독이 이끌면 어떻게든 될 줄 알았다. 경험도 있고, 노하우도 있고, 선진야구도 많이 배웠고, 또 선수들을 잘 안다. 그래서 열정을 갖고 몰고 가면 선수들이 따라올 것으로 생각했다." 이 감독은 "솔직히 고백한다. 내가 하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경기 결과에 따라 표정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이제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좋은 공부 했다. 특히 8연패 하면서 얻은 게 많다. 매일 '야구는 선수가 한다'고 말은 했는데, 그 전에 내가 이끌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성적이 곤두박질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감독의 생각도 서서히 바뀌었다. 이 감독은 "깜짝 놀랐다. 선수들이 이 정도로 바뀌는구나. 이 선수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깨달음도 없었을 것이다"라며 투지로 7연승을 일궈낸 SK 선수들의 놀라운 집중력을 높이 샀다. 가을만 되면 살아나는 SK의 '본능'에 감독도 놀란 것이다.
이 감독은 "어제 어떤 분이 얼굴이 굉장히 편안해졌다는 얘기를 하시더라. 기분이 좋았다. 야구는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선수가 하는 거다. 후반기 들어 승패를 대하는 마음이 매우 편해졌다. 물론 100%는 아니지만, 경기에서 지면 '내일 잘해서 이기면 되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병이 안 난다"며 웃었다.
안정적인 5선발 로테이션에 필요할 때 제때 터지는 타선이 든든할 뿐이다. 이 감독은 "채병용이 없었다면 또 '땜질 선발'을 썼을 거다. 채병용이 빈자리를 채워준 게 컸다. 타선은 박정권, 이호준이 잘 이끌어주고 있다"며 "선수들이 더 잘 안다. 나는 복받았다"고 말했다.
SK는 이날 넥센에 1-2로 져 7연승을 마감했으나 2위 자리는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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