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이종석은 좀처럼 스스로를 포장할 줄 모르는 배우다. 영화 홍보를 위해 만난 인터뷰 자리에서도 자신의 일상부터 평소 고민까지 온갖 화제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식이다. 매 질문에 천편일률적 답들을 내놓는 일부 배우들과 달리, 이종석의 모든 말에는 거침이 없다.
그럼에도 결코 열정이 부족하다거나 태도가 산만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몇 마디의 대화에서도 마주한 상대를 매 순간 진심으로 대하고 있음이 와닿기 때문이다. 숨길 수 없이 드러나는 연기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욕심도 그 이유들 중 하나일 것이다.
지난 21일 서울 삼청동에서 이종석을 만났다. 지난 7월 이뤄진 영화 '알투비:리턴투베이스(이하 알투비)' 미디어데이 이후 한 달 만이었다. 그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그간 함께 해 온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입에 발린 표현 없이도, 배움을 준 동료 연기자들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듬뿍 묻어난 대화였다.
◆"정지훈 보니 숨이 턱…신세경과 면회갈 것"
"'알투비'는 여러 모로 제게 의미가 많은 영화예요. 많은 작품을 하진 않았지만 그간 맡은 캐릭터들 사이에 비슷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알투비'의 지석현은 유일하게 다른 느낌이었거든요. 어리버리하고 바보같고 귀여운 인물이죠. 개봉은 늦었지만 처음으로 촬영한 영화이기도 하고요. 정말 좋아했던 (정)지훈 형이 나오기도 하고.(웃음)"
정지훈은 학창 시절 이종석에게 우상과 같은 존재였다. 연기를 꿈꾸고 예술고등학교로 진학한 것 역시 정지훈이 출연한 KBS 2TV 드라마 '풀하우스'를 보고 나서였다. 이종석은 "같이 연기를 하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보듯 눈을 못 쳐다보겠더라"며 '알투비' 촬영 당시를 회고했다.
"(정지훈을) 정말 좋아했었어요. 저는 데뷔 전에도 후에도, 연예인들을 봤을 때 신기한 느낌이 든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처음 만났을 때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연기할 때도 되게 가슴이 벅찼어요."
이종석은 조만간 신세경과 함께 현재 군 복무중인 정지훈을 면회할 생각이다. 그는 "다른 분들은 많이 바빠서 시간이 안 될 것 같아 세경이와 면회를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준상과는 만난지 이틀 만에 사우나행"
'알투비'로 만난 '대세 배우' 유준상은 그에게 '연기 특별 훈련'까지 해 준 고마운 선배다. "여자 배우들에게 시선이 가기도 전에 지훈 형, 준상 선배님이 너무 멋져 보였다"고 말한 이종석은 "선배가 이 정도로 나를 챙겨주는 경험이 처음이었다"며 남다른 고마움을 드러냈다.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감독님을 찾아가서 대본 리딩도 하고, 준상 선배님과 특별 훈련도 했어요. '알투비' 촬영 당시 선배님이 대구로 뮤지컬 공연을 가셨는데, 그 때 따라오라고 하셔서 같이 갔거든요. 내려가는 동안 발성법을 알려주셨고 숙소에서도 새벽 4시까지 안 재우시더라고요. 정지훈 형과 대화하는 신을 혼자서 연습하라고 하셨죠. 그 날이 두번째 만남이었는데, 다음날 눈을 뜨니 같이 사우나를 가자고 하셔서 발가벗고 함께 사우나도 했고요.(웃음)"
현재 SBS '인기가요'의 MC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종석은 사실 사람들 앞에 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것이 그에겐 유독 힘든 순간이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나 방송 진행 등 '연기 이외의 것'에서 이종석은 여전히 고전중이다. 이날 그는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 하려면 내게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도 고백했다. 유준상은 그런 이종석을 위해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제가 극장에서 무대 인사 하는 것도 힘들어하거든요. 준상 선배님은 '내가 너의 병을 고쳐주겠다'면서 계속 말을 시키셨어요. 방송 인터뷰를 할 때도 제가 말을 하지 않고 있으면 '종석이가 고생을 많이 했다'고 화제를 돌리면서 저를 챙겨 주시죠. 정말 감사한데, (고맙다는) 말씀을 못 드렸어요. 정말 훌륭한 인품을 가진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알투비'에서 함께 연기한 신세경은 이종석에게 "동생이지만 누나같은" 배우다. 그는 "늘 다른 배우들과 함께 있어 따로 만나 깊은 이야기를 해보진 못했다"면서도 "뭔가 안에 있는 것이 많은 아이"라고 신세경을 떠올렸다.
현장의 유일한 '누나' 였던 이하나에 대해서는 "첫 비행 훈련날 형들에게 기가 죽어 있는 내 옆에서 유일하게 친구가 돼 준 누나"라고 말했다. '알투비' 배우들은 파일럿 연기를 위해 처음 만난 날 함께 고난도의 비행 훈련을 소화했다. 고된 훈련 끝에 기절까지 했던 이들은 당일 일정이 끝난 뒤 경험을 나누며 금세 가까워졌다.
◆"'하이킥' 끝나고 배우들 못 본다는 생각에 펑펑 울었다"
이날 이종석은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제국의 아이들 광희와 관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실제로는 광희가 한살 형이지만, 두 사람은 친구처럼 스스럼없는 사이로 지내고 있다. 이종석은 "광희는 정말 좋은 친구고 착한 사람"이라면서도 "새벽 2,3시에 심심하다며 자꾸 전화를 하더라"며 웃음기 어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MBC '지붕뚫고 하이킥'을 함께 한 또래 배우들은 이종석이 무척이나 아끼는 동료이자 친구들이다. 최근 크리스탈의 '시크한' 인사에 서운함을 토로해 화제가 된 것을 물으니 "'하이킥'을 같이 했던 친구들이 정말 너무 좋았다"며 "오랜만에 만난 수정(크리스탈)이에게 울컥한 마음으로 인사했는데 '오빠, 잘 지냈어요?'라고만 답해 서운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윤이, (백)진희, (김)지원이, 수정이 모두 정말 좋았어요. 다들 종종 연락을 하고, 지원이와는 지금도 매일 통화를 할 정도로 친해요. 저는 '하이킥'이 끝나도 절대 울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끝나고 정말 펑펑 울었어요. 얘네들과 못 본다는 생각에 너무 슬픈 거예요."
지난 5월 '코리아'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이종석은 기자에게 "낯은 가리지 않지만 사람은 가린다"고 스스로를 설명했다. 누구에게나 살갑게 인사를 건네는 그지만, 정작 이종석과 속이야기를 주고 받거나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날 이종석은 정지훈과 유준상을 비롯해 '알투비'를 함께 했던 배우들과 '하이킥'의 또래 연기자들을 언급하며 어느 때보다 편안한 얼굴이었다. 소중한 동료들을 입에 올리며 때로 존경심을, 때로 애틋함을 내비친 그의 눈에서 또 한번 진심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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