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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신화' 김형범, 위기의 대전 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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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기자] 올 시즌 K리그는 스플릿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매 경기 화끈한 경기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하위권 팀들의 강등을 피하기 위한 사투가 치열하다. 경기가 끝나면 지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누워 거친 숨을 몰아쉬는 장면도 과거에 비해 많아졌다.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29라운드 수원 삼성-대전 시티즌전도 마찬가지였다. 1-2로 뒤지던 수원이 후반 추가시간 하태균의 극적인 동점골로 2-2를 만들자 대전 선수들은 허탈감에 그라운드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대전이 승점 3점을 얻었다면 꼴찌 강원FC와 승점차를 5점으로 벌릴 수 있었다. 유상철 감독은 "우리와 비슷한 팀들이 결과에 대해 민감하게 볼 것이다"라며 매 경기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아쉽게 비겼지만 경기는 대전이 주도했다. 특히 오른쪽 날개로 나선 '형컴' 김형범(28)의 활약이 눈부셨다. 1골1도움을 해내며 대전의 공격을 주도했다. 알고도 못 막는 그의 프리킥은 상대에게 위협적이다.

김형범은 올 시즌 전북 현대에서 대전으로 임대됐다. 그에게는 늘 '비운', '유리몸'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만큼 사연이 넘치는 남자였다.

2004년 울산에서 K리그에 데뷔한 김형범은 2006년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평범한 선수였던 그는 현 축구대표팀 최강희 감독을 만나면서 달라졌고 그해 7골4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전북에는 창단 첫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도 안겼다. '좌 (염)기훈 우 형범'의 날개는 K리그 최강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무릎이 문제였고 2007년 6경기를 뛰는데 그쳤다. 2008년 부상에서 복귀해 7골4도움을 해내며 화려한 비상을 알렸지만 성남 일화와 플레이오프에서 발목을 다치며 시즌을 마감했다. 잔디에 발이 걸리면서 긴 부상의 터널로 들어섰다.

눈물 겨운 재활끝에 2009년 7월 수원전에 복귀했지만 또 다시 부상으로 넘어졌다. 그가 뛴 시간은 10분 남짓이었다. 쓰러진 그는 주먹으로 그라운드를 치며 분함을 참지 못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해 팀은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최 감독은 우승 당일 김형범의 유니폼을 셔츠 속에 입어 무한 애정을 과시했다. 눈물을 뚝뚝 흘린 그는 완벽한 몸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지만 부상 후유증으로 2010, 2011년 13경기를 뛰는데 그쳤다. 방출설까지 돌 정도로 위기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대전 임대였다. 더 이상 무너지면 은퇴한다는 심정으로 칼을 갈았다. 강등 후보 1순위인 대전을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더해졌다.

현재까지 임대는 성공적이다. 22경기에서 5골8도움으로 역대 최다공격포인트를 뛰어 넘었다. 지난 15일에는 4년 만에 A대표팀에 복귀해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자신의 부활을 알렸다. 그를 따라다니는 부상만 없다면 최고의 한 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는 "주변에서 우리가 수원에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에 집중력이 흔들린 것이 아쉬웠다"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유 감독은 김형범의 몸 상태에 따라 출전 시간을 조절중이다. 올 시즌 시작 전 동계훈련에서 부상으로 애를 먹었던 기억이 생생해 무리한 경기는 될 수 있으면 지양하고 있다. 강등 유력 후보인 대전을 위기에서 구해 줄 구세주라는 것도 철저한 관리의 이유 중 하나다.

책임의식에 사로 잡혀 있는 그는 "지난 몇 경기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감독님이 부담주지 않고 편하게 뛰라고 하셨다.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다"라고 전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전북으로 돌아가지만 대전의 생존을 위해서 온몸을 불사르겠다는 김형범이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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