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반기만 해도 한화 다음으로 저조한 성적을 보이던 KIA는 서서히 성적을 끌어올리더니 불볕더위가 시작된 8월 초부터 저력을 발휘, 7~9일 넥센과의 홈 3연전을 모두 이기며 4위를 차지한 이후부터 치열한 4강 다툼에 가세했다. 선발 투수들이 안정을 찾은 것이 선전의 가장 큰 이유. 지난 주말 롯데에게 아쉬운 연패를 당하며 SK에게 4위 자리를 내준 상태. KIA는 앞으로 남은 경기가 41게임으로 가장 많지만 가을잔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위닝 시리즈의 비율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제가 빠지니까 팀 성적이 좋아지더군요. 좀 서운하던데요? 최희섭 선배님 대신 올라왔으니 어떻게든 제게 주어진 역할 잘 해 4강 안에 갈 수 있도록 해야죠."
KIA 대졸신인 내야수 윤완주(23)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1군 재입성의 소감을 전했다. 중심타선에서 고군분투 중이던 최희섭이 장염 증세를 보여 엔트리에서 빠지는 바람에 1군에 다시 올라올 기회를 잡게 된 윤완주는 처음으로 퓨처스 리그에서 뛴 소감을 밝히며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보여준 것이 없으니까 (2군으로) 내려간 거죠. 프로선수라면 누구나 2군 생활을 하잖아요. 전 좀 늦었던 것 뿐이죠. 오랜만에 편한 마음으로 야구할 수 있어 좋았어요. 경기 감각도 찾은 거 같고 나쁘지 않았어요. 하지만 다시는 오지 않도록 해야겠구나 싶었어요.(웃음)"
2012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90번, KIA에 10번째로 지명을 받아 입단한 윤완주는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해 선동열 감독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당당한 1군 멤버로 시즌을 시작한 그는 7월 말까지 대수비나 대주자 요원으로 나서며 팀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그러나 갈수록 눈에 띄게 출장 횟수가 줄었고 급기야 7월 30일 데뷔 첫 1군 엔트리 제외의 쓴맛을 봤다. 52경기 출장해 타율 2할6푼3리(80타수 21안타) 5타점 5도루를 기록하고 2군으로 내려간 윤완주는 처음 며칠은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렇지만 이내 감을 찾아 퓨처스리그 8경기에서 타율 2할9푼4리(34타수 10안타) 9타점 4도루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14일 고양 원더스전에서는 4타수 3안타 1타점 3도루로 맹활약을 펼쳤다.
"진짜 악착같이 했어요. 슬라이딩에 허슬 플레이까지, 기습번트도 시도하고요. 선발이 외국인이더군요. 그래서 더 집중했는데… 고양과의 경기는 공식기록에 포함되지 않는다고요? 진짜요?"
그동안 1군에서만 지냈기 때문에 윤완주는 고양 원더스와 경기 내용이 기록에 올라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헛수고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몸 사리지 않고 뛰었는데… 그래도 그 경기 끝나고 (1군으로) 불러주셨으니까 결국 잘 된 거죠."
윤완주는 2군 게임을 치르면서 자연과 하나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강진에서는 참새가 짹짹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게임했어요. 조용해서 집중 하나는 잘 되더군요. 하지만 많은 관중들 앞에서 야구하려고 프로 온 거지 새들 지저귀는 소리 들으려고 온 거 아니잖아요. 새로운 경험 했으니 시끌벅적한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죠.(웃음)" 어느새 관중석의 열기와 함성에 익숙해진 것 같다며 윤완주는 활짝 웃었다.
무엇보다 살인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때마침 2군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많은 땀을 흘린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서 있기도 힘든 뜨거운 태양 아래서 게임을 치러야 했던 것이 가장 곤혹스러웠어요. 그런데 밤에도 더운 건 마찬가지잖아요."
윤완주는 잘 하고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줄 것이라 편하게 생각하며 조급한 마음은 품지 않았다고 한다.
"악착같은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아요. 한 방을 날릴 실력도 안타를 몇 개씩 칠 능력도 갖추지 못했지만 팀이 원하는 출루, 득점 그런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더 집중하고 열심히 할 겁니다. 그래서 정말 '저 선수는 쓸모 있는 구석이 많구나, 꼭 필요한 선수구나'라고 인정 받을 수 있도록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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