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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동메달' 지휘 홍명보, 신뢰와 융화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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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기자] "감독님은 나 자신을 버리게 하는 것 같아요."

2012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소집 훈련을 할 당시 미드필더 박종우(부산 아이파크)는 홍명보 감독의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개인보다 팀을 우선시하는 홍 감독의 리더십이 이기적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홍 감독의 리더십 아래 뭉친 대표팀은 숙적 일본을 물리치고 한국 축구 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11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카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일본의 3-4위전에서 한국은 2-0 완승을 거두고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다. 선수들 모두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자신들이 이뤄낸 성과에 놀라워했다.

한국이 동메달을 획득하는 과정은 힘겨웠다. 대표 소집 직전 리더였던 중앙 수비수 홍정호(제주 유나이티드)가 부상으로 낙마했고 장현수(FC도쿄)와 한국영(쇼난 벨마레)도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홍 감독은 흔들림없이 선수들을 이끌었다. 대체요원으로 발탁한 황석호(산프레체 히로시마)는 끈끈한 수비의 중심이었다. 누구나 들어와도 흔들리지 않는 팀으로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홍 감독은 2009 이집트 20세 이하(U-20) 청소년월드컵부터 현 올림픽 대표팀 주축 선수들을 이끌어왔다. 선수 개개인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했다. 흔들리는 선수가 보이면 개인 면담을 통해 긴장감을 심어줬다. 혼자서는 해낼 수 있는 팀이 아니니 동료를 이용해 자신을 살리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따뜻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홍 감독의 한마디 한마디는 선수들에게는 금과옥조였고 신념이 됐다. 스위스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김보경(카디프 시티)이 결승골을 넣은 뒤 홍 감독에게 뛰어가 안긴 것에서 대표팀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서로의 믿음이 격한 세리머니로 연결된 것이다.

와일드카드(23세 이상)로 선발한 박주영(아스널), 김창수(부산 아이파크), 정성룡(수원 삼성)에 대해서도 특별한 대우 없이 팀의 일원으로 녹아들게 한 것도 홍 감독의 능력이다. '병역 연기' 논란에 휩싸였던 박주영을 합류시키면서 "주영이가 군대에 가지 않으면 내가 대신 가겠다"라는 희생의 리더십의 한 단면을 보여주며 융화에 집중한 홍 감독이었다.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해도 기다리면 된다는 철학도 통했다. 멕시코와 1차전에서 부진했던 박주영, 김보경을 스위스와 2차전에 그대로 내보냈다. 홍 감독은 "좋을 때가 아니더라도 믿음을 주면 선수는 반드시 해낸다"라며 흔들림없는 신뢰를 보냈다. 이들은 스위스전에 1골씩 넣으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후 박주영이 4강전까지 골 침묵하며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홍 감독은 흔들림없이 신뢰를 보냈고, 박주영은 일본전서 승리를 부른 선제 결승골로 믿음에 보답했다.

선수들에게 늘 예의를 강조했던 홍 감독이다. 누구도 얕보지 말 것이며 항상 상대를 배려하며 자신을 높이라고 강조했다. 올림픽 기간 동안 조직위원회 요원이나 한국을 도운 자원봉사자들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예의바른 모습에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을 정도다. 소통과 융화를 이끈 홍 감독의 리더십이 사상 첫 동메달이라는 성과로 마무리되며 제대로 빛을 낸 올림픽이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카디프(영국)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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