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바닥까지 내려앉은 상황에서 만나는 상대가 하필 일본으로 결정됐다.
홍명보호가 8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남자축구 준결승 브라질전에서 0-3으로 완패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준국가대표급인 브라질을 상대로 잘 버티다 한순간의 실수로 실점을 하면서 모든 게 와르르 무너졌다.
아직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이 남았다. 결승 진출이 좌절됐지만 여전히 전인미답의 고지는 한국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동메달을 놓고 싸워야 하는 상대가 숙명의 라이벌 일본이다. 일본 준결승에서 멕시코에 수세적인 경기를 펼치다 1-3으로 패하며 동메달결정전으로 밀려났다.
피할 수 없고, 절대 질 수 없는 상대다. 지난해 A대표팀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일본을 만나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다 결승을 양보했다. 지난달 8월 A매치에서는 0-3으로 완패했다. 동생들이 최근 두 경기 패배의 아쉬움을 털고 복수에 나설 때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지칠 대로 지쳤다.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준결승까지 뉴캐슬→코벤트리→런던→카디프→맨체스터로 쉼 없이 이동했다. 기차나 항공편이 아닌 버스를 이용해 육로로 이동하기 때문에 육체적 피로는 상당하다. 특히 영국과 8강전에서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벌여 체력이 바닥인 상태로 브라질전을 치렀다.
육체 피로는 브라질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브라질의 개인기에 몸의 반응이 늦어지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잘 버텼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강화된 도핑테스트 규정에 영양제 등을 투여할 수도 없어 피로회복은 더욱 더디다.
결국, 정신력이 모든 것을 가르는 요소가 됐다. 일본전에서는 남아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결승행이 힘들 것으로 보고 동메달결정전에 미리 초점을 맞췄다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홍명보 감독도 현실적으로 움직였다. 브라질전이 여의치 않자 중원의 핵 구자철(아우쿠스부르크)을 빨리 교체하며 체력을 아껴줬다. 미드필드 플레이가 장점인 일본에 대항하기 위해서 내린 결단이다. 지동원(선덜랜드)도 마찬가지였다.
일본과의 운명의 한 판은 오는 11일 오전에 기적의 땅 카디프에서 열린다. 빠른 피로 회복과 확실한 정신 무장이 사상 최초로 메달에 도전하는 올림픽 대표팀의 관건이 됐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