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지상 최대의 게이쇼가 찾아온다. 브로드웨이 쇼 뮤지컬 '라카지'(원제 '라 카지 오 폴')는 화려하고 매혹적인 볼거리로 관객들을 매혹시킨다.
지난 1983년 첫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라카지'는 토니상 작품상을 3회 수상하고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왔다. 이런 인기에도 불구하고 '라카지'는 30여년이 흘러 비로소 한국 땅을 밟았다. 금기시되던 동성애 소재가 한국인들에게 용납되지 않으리라는 판단 탓이었다.
그리고 지난 7월4일 한국 초연의 막을 연 '라카지'는 동성애라는 과감한 소재에 휴머니즘과 가족애, 그리고 빵빵 터지는 코믹요소까지 풍성하게 버무렸다.
'라카지'는 동성애자 커플(앨빈-조지)의 아들(장미셸) 장가보내기 프로젝트를 그린 작품. 지극히 보수적인 사돈을 맞게 된 앨빈과 조지는 최대한 평범하고 일반적인 '남자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그들의 열성적인 모습은 웃음과 동시에 아릿한 슬픔,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덕분에 객석은 연신 박수와 웃음, 그리고 울먹임이 공존한다.
비록 '생물학적 엄마'는 될 수 없지만 20년간 아들을 '가슴으로 키운' 게이엄마 앨빈은 스스로를 여자라 생각하며 살아온 인물. 하지만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다시 남자가 되기 위해 결심한다.
여성성의 극치를 보여줬던 앨빈이 남성성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아들 장미셸이 게이엄마 앨빈을 진정한 엄마로 인정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모습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눈물 훔치는 관객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남자를 사랑한 남자, 게이엄마를 숨기려 하는 아들, 그리고 여장을 하며 무대에 오르는 남자들. 범상치 않은 '라카지' 속 인물들의 삶은 뮤지컬의 원제인 '라 카지 오 폴(La Cage Aux Folles)', 우리말로 '새장 속의 광대'들과 다름 없다. 자유로운 듯 보이지만 대중들의 시선과 편견에 갇혀 사는 탓이다.
하지만 이들은 "보이는 모습 그게 전부는 아냐"라고 외친다. 비록 성정체성은 다를지언정 그들 역시 우리와 함께 웃고 함께 눈물 짓는 사람이고 가족이라는 사실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라카지'를 단순히 성적 소수자들의 색다른 이야기라고 치부했던 관객들이라면 극장 문을 나서면서 마음의 빗장이 다소 헐거워진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앨빈 역에는 '여자보다 더 예쁜' 김다현과 '감출 수 없는 개그본능' 정성화가 더블 캐스팅됐으며, 조지 역은 남경주, 고영빈이, 아들 장미셸 역은 이동하, 2AM 창민, 이민호 등이 맡아 열연한다. 오는 9월4일까지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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