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기대했던 금메달은 놓쳤지만 어쩌면 그보다 값진 동메달이었다. 이용대(24)와 정재성(30, 이상 삼성전기)이 한국 배드민턴의 체면을 살렸다.
이용대-정재성 조는 5일 영국 런던의 윔블던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쿠키앤킷-탄분헝 조(말레이시아)를 2-0으로 완파하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사실 남자 복식 세계랭킹 1위인 이-정 조에게 기대했던 것은 금메달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전날 열린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3위 마티아스 보에-카르스텐 모겐센(덴마크) 조에게 1-2로 역전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최선을 다한 경기를 펼쳤지만 끝내 승리의 여신은 덴마크 조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이-정 조에게 동메달 결정전은 자칫 힘 빠지는 경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두 선수에게는 동메달을 반드시 따내야 하는 한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이번 올림픽 한국 배드민턴을 '노메달'의 위기 속에서 건져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올림픽에서 배드민턴은 전통적으로 한국의 '효자종목'이었다.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녀 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수확한 이후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총 금메달 6개, 은메달 7개, 동메달 4개를 따냈다. 금메달 6개는 한국의 올림픽 구기종목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는 그 전통이 사라질 위기에 몰렸다. 혼합 복식, 여자 단식에서는 일찌감치 메달권에서 멀어졌고, 여자 복식에서는 '고의 져주기' 논란에 휘말리며 2개 조가 실격 처리를 받고 말았다. 여자 복식의 실격 판정으로 선수단 분위기마저 뒤숭숭해졌다.
남자 단식의 이현일(32, 요넥스)도 앞서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유일한 희망은 이용대-정재성 조의 남자 복식 뿐이었다. 이-정 조마저 메달 획득에 실패한다면 한국 배드민턴은 '20년만의 노메달'이라는 아픈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정 조는 결승 진출 실패의 충격 탓인지 1세트에서 12-18까지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절정의 호흡을 앞세워 차근차근 추격전을 벌였고, 이후 두 번의 세트 포인트에 몰리는 위기 속에서도 23-21로 1세트를 따냈다. 그 기세를 이어가 2세트마저 21-10으로 가볍게 따내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용대와 정재성은 동메달이 결정된 이후 금메달을 딴 것 못지않게 기쁨을 표현했다. 한국 배드민턴을 위기 속에서 건져낸 그들에게 메달 색깔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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