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오는 선수들이 저마다 물 한 통을 금세 비운다. "와… 정말 덥다." 여기저기서 탄식 섞인 혼잣말이 쏟아진다.
기록적인 무더위에도 훈련과 경기를 정상 소화해야 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그야말로 고역을 치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5일 서울 최고기온은 36℃. 더위는 한낮을 넘어 밤까지 이어져 열대야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운동장에 남아있는 지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 훈련을 하는 선수들은 경기 전부터 '멘탈붕괴'를 경험한다.
두산과 KIA의 시즌 17차전을 앞둔 5일 잠실구장. 더위를 피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아 따뜻하다"고 하면서 스스로 최면을 거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더워서 죽을 것 같다"며 투정(?)을 부리는 선수도 있다. 한 선수는 "이러다 선수 한 명 쓰러지겠다"면서 걱정스럽게 말했다.
선동열 KIA 감독도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정말 덥다"고 한마디를 했다. 덕아웃에 설치된 선풍기는 약 4대. 선수와 코치진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덕아웃은 그야말로 '찜통'이다. 평일보다 경기 시간이 1시간 30분 빠른, 오후 5시부터 시작되는 주말 경기는 해가 떠있는 시간이 길어 더 힘들다.
선 감독은 "뭔가 조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땀을 뚝뚝 흘리는 선수들을 바라봤다. 체력 고갈이 시작되는 시즌 중반, 살인적인 무더위까지 겹치면서 '보호 선수'가 생겨났다. 선 감독은 "최희섭은 날이 더워지며 배트 스피드가 많이 떨어졌다. 휴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희섭은 3일 두산전부터 스타팅 멤버에서 제외됐다.
더위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선수들은 "이열치열"이라고 입을 모은 뒤 "경기 이기면 다 괜찮다"며 웃어 보였다. 선 감독은 "인조잔디가 아닌 게 다행"이라며 애써 위안거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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