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2012년 8월3일, 11일차
박태환의 2012 런던 올림픽 마지막 무대인 남자 수영 1천500m 예선을 취재하기 위해 오랜만에 올림픽 파크를 찾았다. 최근 양궁, 유도 등에서 태극전사들이 연일 선전을 펼쳐 올림픽 파크가 아닌 다른 곳을 돌아다니기 바빴다.
며칠 만에 올림픽 파크에 왔지만 웅장한 메인 스타디움은 그대로였고 박태환의 영광이 숨쉬는 아쿠아틱스 센터도 여전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되는 남자 1천500m 예선. 설레는 마음으로 박태환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박태환은 3조에 배정됐다. 강한 선수일수록 뒤에 있는 조에 배정되기 마련이다. 앞 조에 배정된 선수들은 메달권 선수들이 아닌 경우가 많다. 대부분 무명의 선수다. 1천500m 최강자 쑨양이 마지막 조인 4조에 배정된 것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1천500m 예선이 시작됐다. 각국의 선수들을 응원하는 박수와 환호소리는 언제나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하지만 서로 응원하는 선수가 달라 그 소리는 나눠지게 돼 있다. 그런데 갑자기 수영장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환호소리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소리는 나눠지지 않았고 하나로 뭉쳤다. 엄청난 응원의 소리였다.
이 엄청난 환호와 박수를 받은 주인공은 누구일까. 1천500m 세계 최고기록 보유자 쑨양? 아니면 한국의 자랑스러운 수영 영웅 박태환? 박태환을 제치고 조 1위를 차지한 라이언 코크레인? 아니다. 세계적인 수영 스타들들을 향한 환호가 아니었다.
그 주인공은 인도의 가간이었다. 풀네임은 Gagan Ullalmath Adaveeshaiah P다. 수영 약소국 인도의 수영 선수. 그가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를 받은 이유는 '감동적인 꼴찌'였기 때문이다.
가간의 개인 최고 기록은 15분59초33이다. 1천500m 수영 예선에 참가한 31명의 선수 중 가장 낮은 기록이다. 15분50초대를 넘어가는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쑨양이 가지고 있는 세계기록 14분34초14와는 1분 이상이나 차이가 난다.
가간은 입상을 위해서 올림픽에 출전한 것이 아니다. 자신과의 싸움을 위해 출전했다. 또 인도 수영의 자긍심을 안고 출전했다. 꼴찌라도 상관이 없었다.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정신을 발휘하면 되는 것이었다.
가간은 그렇게 했다. 꼴찌라도 최선을 다해 역영을 했다. 가간은 1조 1번 레인에서 출발했고 1조의 모든 선수들이 다 터치패드를 찍었는데도 혼자 들어오지 못했다. 많은 거리가 그의 앞에 남아있었다. 가간은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상관없었다. 가간은 꼭 완주를 해야 했다.
이런 가간의 모습에 수영장을 찾은 팬들도 감동을 받았다. 가간으로부터 받은 감동은 국적을 뛰어 넘었다. 모든 관중들이 한 마음으로 그를 응원했다. 그가 터치패드를 찍을 때까지 환호와 박수는 끊이지 않았다.
가간은 16분31초14의 기록으로 들어왔다. 예선 전체 1위를 차지한 쑨양은 14분43초25였다. 유일한 16분대였던 가간은 31위로 들어왔다. 물론 꼴찌다. 그렇지만 가간은 부끄럽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스포츠정신이란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세계적인 스타는 아니지만 스포츠정신을 있는 그대로 확실히 보여준 가간이었다. 그는 가장 큰 박수와 환호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선수였다.
올림픽이 한창 열기를 더하고 있는 지금 가간은 중요한 것을 알려주고 있다. 가간이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 것 같았다. 우리는 스포츠정신은 잊어버린 채 오직 메달만 기대하고 좋은 성적을 내기만을 바라고 있지는 않는가. 메달 색깔이 아닌, 최선을 다하며 흘리는 값진 땀방울이 보이는가.
<⑫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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