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웸블리로 다시 돌아오겠다."
지난 2일(한국시간) 가봉과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최종전을 0-0으로 끝낸 뒤 주장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은 영국 축구의 성지인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다시 한 번 경기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조별리그 가봉전을 치렀던 웸블리는 준결승 한 경기와 결승전이 열리는 곳이다. 그러나 B조 2위로 8강에 오른 한국은 준결승에 진출하면 웸블리가 아닌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경기를 갖게 된다. 한국이 웸블리에서 다시 경기를 하려면 결승까지 진출해야 한다.
당장 한국의 8강 상대는 개최국 영국 단일팀이다. 이기기 쉽지 않은 팀이다. 1948년 런던올림픽 이후 영국은 올림픽 축구에 나서지 않았다. 네 개의 연방 축구협회가 나눠져 있어 어쩔 수 없었다. 이번 런던 올림픽은 개최국이라는 점을 고려해 단일팀이 나섰다.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가 빠진, 웨일즈와 잉글랜드만으로 이뤄졌다고는 하나 대부분이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해 우승후보로 꼽히는 전력이다. 웨일즈 출신인 라이언 긱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경기를 앞두고 영국 국가를 부르지 않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는 하지만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조직력이 살아나고 있다.
주장 긱스를 중심으로 크레이그 벨라미(리버풀), 마이카 리차즈(맨체스터 시티), 톰 클레벌리(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다니엘 스터리지(첼시) 등 힘 좋은 선수들이 한국을 기다리고 있다.
영국도 허점은 있어 보인다. 한국이 올림픽 직전 평가전을 치러 3-0으로 이겼던 세네갈을 상대로 영국은 1-1로 비기는 등 역동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으로선 예선 3경기서 2득점에 그친 공격력을 살려 영국을 상대해야 한다. 1실점에 불과한 수비력도 잘 유지해야 한다.
홍명보 감독은 "8강 토너먼트에서는 한 경기에 패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매 경기 이겨야 하는데, 그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승리를 다짐했다. 8강 통과는 기본 과제였던 만큼 다시 시작하는 각오로 임하겠다는 것이 홍 감독의 생각이다.
선수촌에서 한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등 다소 어려운 생활을 했던 선수들은 카디프행을 반가워하고 있다. 대표팀 조리사가 동행해 식단을 챙기는 등 더 나아진 외부 생활에 힘을 충전하고 있다. 피로가 누적된 것이 문제지만 토너먼트부터는 정신력이 승부를 좌우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리그전에 익숙한 영국 선수들과 달리 국내에서 숱한 단일대회를 치러본 선수들은 토너먼트의 긴장감도 잘 알고 있다. 남다른 승리욕이 발휘될 수 있다.
이미 영국의 텃세는 시작됐다. 경기 장소인 밀레니엄 스타디움의 지붕을 닫겠다고 일방통보하는 등 한국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7만명 관중이 일방적으로 내지르는 응원소리로 한국의 기를 꺾겠다는 뜻이다. 이를 극복해 새 역사를 창조하는 것이 홍명보호에 주어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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