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소리없이 강한 남자였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축구대표팀 홍명보호는 중앙 수비수이자 리더인 홍정호(제주 유나이티드)가 부상으로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장현수(FC도쿄)도 소집 훈련 중 부상을 당해 큰 어려움에 처했다.
수비의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김영권(오미야)과 황석호(히로시마) 등이 있지만 경험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었다. 때문에 측면에서라도 누군가 수비를 지휘해야 했다.
홍명보 감독의 고민은 와일드카드(20세 이상)로 선발된 오른쪽 풀백 김창수(부산 아이파크)가 풀어줬다. 당초 신광훈(포항 스틸러스)의 선발이 유력했지만 중앙 수비수 이정수(알 사드) 카드가 불발되면서 김창수가 깜짝 발탁으로 홍명보호에 승선했다.
2004년 울산 현대에서 데뷔해 기회를 얻지 못하다 대전 시티즌에서 기초를 다지고 부산 유니폼을 입고 기량이 만개한 김창수다. 그는 이번 18명의 축구대표 중 8명밖에 안되는 K리그 소속 국내파다.
평소 과묵한 성격의 김창수는 조용히 후배들에게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의 경험을 전하며 일체감 형성을 위해 노력했다.
그는 베이징 대회에도 대표 선발됐으나 벤치에서만 세 경기를 경험했다. 누구보다 아픔을 잘 알기에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나름대로 이를 악물었다. 런던올림픽에 참가하면서 "주목받겠다. 베이징의 한을 풀겠다"라고 선언한 그였다.
26일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첫 경기 멕시코전에서 김창수는 수비라인을 컨트롤하며 공격에도 활발하게 가담하는 균형잡힌 축구를 구사했다. 그 덕분에 왼쪽의 윤석영도 김창수의 움직임에 따라 알아서 자기 플레이를 조절할 수 있었다.
멕시코의 중요한 공격 패턴 중 하나인 측면 플레이는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아키노는 김창수에게 묶여 시원한 슈팅 한 번 해보지 못했다. 또 김창수의 순간적인 공격가담에 이은 가로지르기는 멕시코 수비를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김창수는 상대의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가 막히지 않으면서 한국은 편안하게 다양한 루트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었다. 결정적인 골이 터지지 않아 멕시코와 0-0으로 비겼지만 한국이 남은 두 경기에서 희망을 볼 수 있는 것도 바로 김창수의 존재감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이번 대회에서 한을 풀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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