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한국 여자 펜싱의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 실현될 수 있을까.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남현희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펜싱 여제' 발렌티노 베잘리(38, 이탈리아)를 넘어야 한다.
올림픽에서 5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베잘리는 세계 여자 펜싱의 독보적인 존재다. 베잘리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대회서 여자 플뢰레 개인전 금메달을 연속으로 휩쓸었다. 1996년 애틀랜타와 2000년 시드니에서는 단체전 금메달도 손에 넣었다.
[베이징올림픽 펜싱 여자 플뢰레 우승을 차지하고 시상대에 오른 베잘리(가운데). 결승서 남현희(왼쪽)를 꺾고 대회 3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베잘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결승에서 만난 남현희와 대결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한국 팬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여자 플뢰레 개인전 결승에서 종료 29초를 남기고 5-5 동점을 만든 뒤 종료 4초 전 기습 공격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세계 최강 베잘리는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에 이어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국제펜싱연맹(FIE) 여자 플뢰레 랭킹 1위 베잘리는 10년이 넘도록 세계 여자 펜싱의 왕좌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영원한 것은 없다. 랭킹 2위인 남현희가 베잘리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남현희는 지난해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된 플뢰레 월드컵 A급대회에서도 베잘리에 뒤져 동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5월 서울 올림픽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2012 SK텔레콤 국제그랑프리에 나란히 출전해 맞대결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베잘리가 8강에서 탈락해 무산됐다. 당시 남현희는 결승까지 올라가 연장 접전 끝에 실비아 그루찰라(폴란드)에게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베잘리는 아시아 최강 남현희가 세계 무대 제패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과도 같다. 남현희에게 베잘리는 '우상'에서 '라이벌'로 탈바꿈했다. 남현희의 인터뷰에서는 베잘리 관련 사항은 단골 질문이다. 그의 대답은 "베잘리는 닮고 싶은 선수다"에서 "특정 선수를 라이벌로 꼽기보다는 상대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로 바뀌었다.
경기장 밖에서도 베잘리는 남현희의 좋은 본보기다. 베잘리는 지난 2005년 이탈리아 축구선수 도메니코 지울리아노와 결혼해 아들 피에트로를 낳았다. 놀라운 것은 출산 후 두 달 만에 출전한 대회서도 개인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개인 네 번째 세계 타이틀 획득이었다.
출산이라는, 선수로서는 큰 장벽을 보기 좋게 무너뜨리고 노련한 플레이로 정상을 지켜낸 베잘리의 행보에 남현희도 힘을 얻었다. 지난해 사이클 선수 공효석과 결혼한 남현희는 런던 올림픽이 끝난 뒤 2세를 가질 예정이다.
베잘리는 2006년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 수술을 받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재활에 성공, 2008년 베이징서 남현희를 꺾고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섰다. 38세가 된 노장 베잘리는 런던에서 올림픽 개인전 4연패의 금자탑을 쌓아 또 하나의 극적 드라마를 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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