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뒷문'을 책임지고 있는 김사율은 다른 팀 마무리 투수와 차이가 있다. 바로 구속이다.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스캇 프록터(두산 베어스), 손승락(넥센 히어로즈) 등과 견줘 김사율은 직구 구속이 그리 빠르지 않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0km 초중반이지만 공끝이 좋고 커브와 슬라이더를 적절히 섞어 타자들을 상대한다.
그런 김사율이 지난 3일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이날 롯데는 사직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 주중 3연전 첫 경기를 치렀는데 6-4로 승리했다. 김사율은 9회초 팀의 다섯 번째 투수로 나와 세 타자를 각각 삼진, 3루수 땅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간단하게 이닝을 마무리했고 팀 승리를 지켜냈다. 시즌 20세이브째.
김사율은 지난 시즌에도 20세이브(5승 3패)를 기록했는데 이날 구원 성공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투수들 중에서 처음으로 두 시즌 연속 20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만큼 롯데는 꾸준한 성적을 내준 마무리투수가 없었다.
김사율은 "블론세이브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6월 그는 두 차례 블론세이브를 했다. 6월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1.1이닝 동안 3실점하면서 팀의 리드를 날렸다. 이어 1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는 양의지에게 홈런을 허용해 패전투수가 됐다.
6월 한 달 동안 8세이브를 거두긴 했으나 월간 평균 자책점이 4.22로 높았다. 김사율은 두 차례 블론세이브에서 깨달은 게 있다. 그는 "빠른 공을 갖고 있지 않은데도 구위로 상대 타자와 승부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갖고 있는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김사율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4일 SK전에서도 그는 마무리로 나와 팀의 5-3 승리를 지켜냈다. 첫 타자인 김재현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했지만 임훈과 김성현을 각각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정근우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21세이브(1승 1패)째를 거두면서 7경기 연속 구원 성공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구원 부문에서도 프록터(두산)과 함께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는 그동안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부족했다. 1994년 고(故) 박동희가 31세이브를 기록한 게 팀 최다 기록이다. 20세이브를 넘은 선수는 박동희 이후 강상수(2000년, 23세이브), 호세 카브레라(2007년, 22세이브), 존 애킨스(2009년, 26세이브) 등 3명 뿐이었다. 그러나 김사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속으로 2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올 시즌 김사율은 세이브 속도가 빠르다. 28경기에 나와 20세이브를 올렸다. 시즌 후반까지 이런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박동희가 갖고 있는 팀 최다 세이브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구원왕도 노려볼 만하다.
롯데는 김사율에 앞서 중간 계투로 마운드에 오르는 최대성, 이명우, 김성배 등 '필승조'가 든든하다. 여기에 부상에서 회복한 정대현까지 돌아온다면 김사율의 어깨는 더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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