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필기자] 10살이라는 나이를 더 먹었지만 스승 앞에서는 어린 제자였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거스 히딩크 감독 아래 다시 모였다. 크로스 패스나 슈팅 속도는 느려졌지만 여유와 재치는 여전했다.
'2002 월드컵대표팀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2'를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 한일월드컵 대표팀으로 구성된 '팀 2002' 멤버들이 히딩크 감독과 훈련을 가졌다.
23명 중 현역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차두리(뒤셀도르프), 이영표(밴쿠버 화이트캡스), 그리고 윤정환(사간 도스 감독)은 팀 일정 때문에 함께 하지 못했다. K리그서 임의탈퇴 처분을 받은 이천수(무적)도 불참했다.
개인 사정으로 이날 훈련에는 참가하지 못하고 경기 당일 합류하는 이들도 있다. 올림픽대표팀을 지도 중인 홍명보 감독과 김태영 코치, 그리고 최진철(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다.
코칭스태프도 절반이 없었다. 김현태 골키퍼 코치와 최주영 전 대한축구협회 의무팀장 만이 이날 훈련을 지켰다. 박항서(상주 상무), 정해성(전남 드래곤즈), 최진한(경남FC) 감독 등도 5일 오전 숙소인 서울 그랜드힐튼호텔로 합류한다.
그렇지만, 훈련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드리블이나 볼 다루기, 패스 등이 너무 느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가 걱정할 정도였지만 몸이 풀리니 나름 현역 시절과 비슷한 그림이 그려졌다. 선수들(?)을 한데 모은 히딩크 감독은 올스타전 당일 각자의 포지션에서 열심히 뛰자며 독려하기도 했다.
2002 월드컵 미국전에서 1-1이던 경기 종료 직전 이을용(강원FC 스카우트)의 패스를 허공으로 날려 원성을 샀던 최용수(FC서울 감독)는 이날 슈팅 훈련에서 백발백중 골문 안으로 차 넣었다.
현역 생활을 유지 중인 김남일, 설기현(이상 인천 유나이티드), 최태욱(FC서울) 등은 역시 날카로움을 유지했다. 나머지 형님들이 문제였다. 그 때문에 가장 컨디션이 좋고 현역으로 기량을 유지 중인 세 명의 골키퍼 이운재(전남 드래곤즈), 김병지(경남FC), 최은성(전북 현대) 등이 박장대소했다.

골을 성공시킨 최용수는 갑자기 히딩크 감독에게 뛰어가 폴짝 뛰며 포옹을 시도하는 등 재치있는 장면을 보여줬다. 포르투갈전에서 골을 터뜨린 박지성이 히딩크 감독에게 안겼던 장면을 재연하려 했던 것이다. 파안대소하던 히딩크도 어설프게나마 최용수를 안아주는 척하면서 밀어냈다. 관중석에서 관전하던 300여 팬들의 폭소가 터졌다.
다시 뭉친 선수들의 기분도 남달랐다. 김남일은 "형님들이 정말 10분 정도 뛰다가 쓰러질까 걱정된다"라며 진심어린 걱정을 전했다.
최용수는 너무나 들떴다. 합류 전 그라운드를 두 바퀴나 돌 정도로 의욕이 넘쳤다. 그는 "10년 전에 놓친 기회를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으로 마무리 짓겠다"라고 의욕을 보였다.
그런데 두 바퀴만 뛰고 쓰러졌다는 정보를 취재진이 들었다고 하자 "보안을 유지하라고 했는데 누가 누설했느냐"라며 웃었다. 이어 "슈팅 감각이 좋다. 내일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날이다"라며 큰일(?)을 저지르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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