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마치 월드컵 4강전을 치르러 나서는 그 때 그 모습 같았다. 현 A대표팀 트레이닝복을 그대로 입고 나와 그럴 만도 했다. 제자 송종국(TV조선 해설위원)과 함께 등장해 장난을 치는 등 카리스마 속 재치도 보여줬다.

2012 K리그 올스타와 5일 올스타전을 통해 한판 겨루기를 하는 '팀 2002'의 수장 거스 히딩크 감독이 10년 전의 추억에 젖으며 한국 축구의 발전을 다시 한 번 기원했다.
히딩크 감독은 4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 월드컵 대표팀 초청 K리그 올스타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길고 긴 소감을 쏟아냈다.
한국대표팀을 떠난 후에도 매년 시각 장애우를 위한 드림필드 사업차 한국을 찾아 낯설지 않았지만 경기를 위해서는 첫 방문인 히딩크 감독은 "두 번째 조국이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한국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드러냈다.
러시아 신흥 명문으로 떠오르고 있는 안지 마하치칼라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그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제안을 받고 오스트리아에서 진행중인 팀 전지훈련 일정을 조정하며 이번 올스타전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히딩크는 "10년 만에 내 선수들을 보게 됐다. 많이 기대되고 좋은 시간을 보낼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전히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것에 고마움을 감추지 못한 히딩크는 장문의 소감을 던지며 "2002 한일월드컵이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선수들과 스태프를 만나게 돼 너무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1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선수들이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추억을 다시 꺼낸 히딩크는 "정말 어려운 경험을 많이 했다. 1년 반의 시간 동안 어려움과 고통이 많았다. 강팀과의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당시나 지금이나 많은 응원이 필요하다"라고 웃었다.
2002 한일월드컵 뒤 호주, 러시아, 터키 등 국가대표팀은 물론 PSV에인트호벤(네덜란드), 첼시(잉글랜드) 등을 거치면서 '4강 제조기'로 불리는 등 승승장구했던 그다.
그러나 한국에서 얻은 성과가 가장 기억에 남는 듯 히딩크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16강에 대한 압박감이 컸고 국민들의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않았다. 논란이 있었지만 충분히 해냈다"라고 부담 속에 치른 2002 월드컵을 기억했다.
이번 '팀 2012'와의 겨루기에 대해서는 "모든 선수가 염려된다"라면서도 "우리가 이겼으면 좋겠다. 당시에는 세 경기도 무난하게 소화했는데 지금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라고 웃었다.
선발 출전 명단에 대해서는 "훈련을 해본 뒤 결정하겠다. 몸 상태를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살짝 숨기는 듯하면서도 "내일은 큰 잔치다. 모든 선수를 뛰게 하겠다"라고 공개했다.
히딩크 특유의 어퍼컷이나 박지성과 포옹을 하는 등의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순간적인 타이밍에서 나오는 대로 하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기자회견에 동석한 송종국은 "오랜만에 히딩크 감독을 만나 반갑다. 아무 부담없이 뛰고 싶은데 황선홍이나 최용수 형님이 많이 뛰라고 하더라. 걱정인데 한 골 넣고 세리머니를 해보고 싶다"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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