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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야구인생 김성배, 롯데 '적응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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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준기자] "솔직하게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표현한다면 당시에는 멘붕(멘탈붕괴)이 왔었죠."

롯데 자이언츠 투수 김성배는 지난해 마무리 훈련을 잊을 수 없다. 이적 소식을 들었을 때 그 느낌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그는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김성배와 동료 선수들은 일본 미야자키현 사이또구장에서 투수조 마무리 훈련에 참가하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롯데로 팀을 옮기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22일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김성배는 두산에서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김성배는 2011시즌 31경기에 나와 1승 5패 2세이브 4홀드, 평균 자책점 5.59를 기록했다. 준수한 성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든 팀을 떠나야 할 만큼 나쁜 성적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결정이 된 사항이었기 때문에 서울을 떠나 부산으로 왔다.

김성배는 배명중-배명고-건국대를 나와 2003년 두산에 입단했다. 야구공을 손에 처음 쥔 순간부터 서울이 익숙했다.

그는 "처음엔 정말 낯설었다. 두산에 있을 때 부산에 경기를 하러 오긴 했지만 막상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서 생활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롯데 행으로 여자친구와 결혼 계획도 미뤘다.

김성배는 "팀을 옮겼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두자고 얘기했다. 여자친구도 그 점을 이해했다"고 얘기했다. 롯데에 온 김성배는 처음엔 서먹했다. 아무래도 처음 입어본 롯데 유니폼은 어색했다.

그런 김성배를 동기들이 잘 챙겨줬다. 그와 롯데에서 학번이 같은 선수는 김사율, 송승준, 이인구, 정보명이다. 김성배는 "아무래도 동기들이 먼저 나를 챙겨줬다. 말도 잘 안하고 혼자 있는 나를 선수들과 어울리게끔 했다"고 전했다.

김성배는 "그 중에서도 (김)사율이에게는 정말 고맙다. 같은 포지션에서 뛰어서 그런지 이것 저것 잘 챙겨주고 그랬다. 동기들이 팀 적응을 위해 많은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두산에서 뛴 동료들도 잊지 못할 좋은 친구다. 김성배는 두산에서 이종욱, 손시헌, 김승회, 김상현, 정재훈 등과 동기다.

그는 "다들 내게 팀을 떠나게 돼 섭섭하지만 롯데에 가서 더 잘 뛰라는 격려를 했다"고 이적 당시를 기억했다. 김성배는 올 시즌 팀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선발과 마무리를 이어주는 중간 계투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그는 14일 현재 32경기에 나와 1승 2패 6홀드 평균 자책점 2.70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 양승호 감독도 "(김)성배가 이렇게 던져주지 않았다면 투수 운용이 좀 힘들 뻔했다"고 얘기할 정도다.

김성배는 12일부터 14일까지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주중 3연전에서 친정팀 두산을 만났다. 올 시즌 들어 벌써 세번째 만남이지만 그는 옛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종욱은 "공 좀 살살 잘 던져줘라"는 농담까지 건냈다. 김성배는 "(손)시헌이나 다른 동기들은 안그러는데 (이)종욱이만 따로 부탁하더라"고 웃었다.

김성배는 "이적 초반에는 섭섭한 생각이 들긴 했다. 사람이라면 안 그러기 힘들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김성배는 "두 번째 야구인생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준 두산과 그 무대가 된 롯데가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두산과 만날 때는 '아직 충분히 더 뛸 수 있다. 나는 이제 몸상태가 괜찮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투구를 할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성배는 두산 시절 팔꿈치가 좋지 않았다. 구단에선 수술을 권유했지만 그는 칼을 대지 않고 재활을 통한 치료 방법을 선택했다. 그러나 팔꿈치 때문에 투구는 들쑥날쑥했다. 2005시즌 72경기에 나와 8승 3패 2세이브 8홀드 평균 자책점 3,17로 준수한 성적을 냈지만 그 뒤 지난해까지 거둔 승수와 홀드는 각각 3승 4홀드가 전부였다.

김성배는 "이제는 다행히 괜찮다"며 "팀 적응도 됐고 부산 생활에도 익숙하다"고 말했다.

그가 올 시즌 세운 목표는 단순하다. 홀드를 몇 개 성공한다고 정해 놓기보다 마운드에 올라 타자와 승부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김성배는 "롯데가 올 시즌 꼭 한국시리즈에 올라갔으면 한다"며 "시리즈 우승 여부를 떠나 그 자체를 동료 선수들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롯데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성배는 지난 2005년 두산 소속으로 한국시리즈 출전 엔트리에 들어 최고의 무대를 밟아본 경험이 있다. 김성배는 "한국시리즈에 나간 뒤 여자친구와 미뤘던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웃었다.

조이뉴스24 부산=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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