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야구발전을 위한 청책(聽策)워크숍'
정책의 오타가 아니다. '듣는다(聽)'는 의미의 청책이다. 서울시가 야구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야구 발전에 함께 하기 위한 첫 걸음을 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4일 잠실구장 그라운드에서 '야구발전을 위해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청책워크숍을 개최했다. 박 시장은 시청 관계자와 함께 야구 관계자, 야구팬 등 100여명이 모인 워크숍에 참석했다.
이날 워크숍은 ▲구장 시설개선 ▲광고료 징수 및 사용료 문제 ▲야구장 주변 교통 문제 ▲구단의 역할 ▲고척동 돔구장 사용방안 등 다섯 가지 항목에 대한 토론 형식으로 열렸다. 야구인들이 주로 의견을 냈고, 박 시장은 듣는 역할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가장 열띤 토론이 펼쳐진 주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광고권 문제였다. 지난해까지 잠실구장을 사용하는 두 구단,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관리하던 광고권을 올 시즌부터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 잠실구장의 광고료 규모는 20여억원에서 70여억원으로 약 3배 가까이 치솟았다.
평소 야구 인프라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온 허구연 해설위원은 작정한 듯 "오늘 좀 쓴소리를 하겠다"며 "서울시는 야구장을 공공재로 보지 않고 산업재로 본다. 돈을 좀 벌면 임대료를 올리고 광고권을 가져간다. 시설은 열악하고 개선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서울시 송두석 체육시설관리사업소장은 "광고료가 늘어나서 광고권을 가져간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광고권을 가져가니) 대박이 났다"며 "방법(광고권의 주체)을 바꾸니 광고비가 3배로 늘어난 것이다. 야구장에서 나온 수익이 다시 투자된다고 보시면 된다"고 답변했다.
이에 허 위원도 즉각 반론을 하고 나섰다. 허 위원은 "왜 구단에게 광고권을 관리 위탁한 것이냐. 수익이 안났기 때문"이라며 "그랬던 것을 구단이 관리해 돈이 되니까 다시 찾아간 것 아니냐. 잘 안되면 맡겨두고, 잘 되면 가져가고. 그러면 안된다. 24억 광고료가 70억까지 오를 때 서울시가 뭘 했느냐"고 반박했다.
광고권과 함께 시설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서울시 송 소장이 다시 반론을 하려고 했다. 그 순간 박 시장은 "맞을 때는 맞으시죠. 일단은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간단히 말씀하시죠"라고 말했다. '청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이번 워크숍을 야구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으로 삼겠다는 박 시장의 의지가 엿보인 순간이었다.
목동구장 앞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의 주민 대표는 소음 발생을 줄여달라는, 아이를 안고 참석한 야구팬은 수유실 시설을 개선해 달라는 민원을 요청했다. 대한야구협회 관계자들은 고척동 돔구장 건설이 늦어지면서 생긴 아마야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처럼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은 워크숍을 통해 크고 작은 민원을 받아들였다.
모든 의견을 경청한 뒤 박 시장은 "오늘 쓰나미처럼 쏟아지는 요구 말씀들 잘 들었다"며 마지막 발언을 시작했다.
"굉장히 좋은 기회였다. 사무실에서 공무원들 하고만 이야기를 했다면 이런 생생한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을 것이다.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모두가 머리를 맞대 파트너십을 발휘해야 한다. 야구에는 9회말 2사 후 만루홈런이라는 것이 있다. 서울시가 만루홈런을 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
목소리를 높였던 허 위원도 "진일보했다"며 "지금까지 어느 시장님도 이런 자리를 마련한 적이 없다"고 이날 행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시 행정을 책임지는 시장과 야구인들이 공개적으로 토론을 벌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야구 열기가 뜨겁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자리였다.
앞으로는 서울시의 실행 의지만이 남았다. 분명 '진일보'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귀를 기울인 것에 그치면 그저 보여주기용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 실행에 옮겨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많은 시민들이 즐기는 야구, 그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결국에는 서울시를 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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