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타격이 약화됐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부동의 4번타자였던 이대호(오릭스)가 빠진 구멍은 쉽게 메우기 어렵다. 팬들도 아는 상식을 팀 수장이 모를 리 없다. 양승호 롯데 감독이 지난 겨울부터 고민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양 감독은 27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그런 점은 내색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의 말에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차피 이제 와서 고민한다고 무슨 수가 나겠어요. 차라리 있는 자원으로 어떻게 끌고 갈 지를 생각해야지요." 끙끙 앓아봤자 소용 없으니 빨리 잊고,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런 양 감독에게 두산과의 이번 주말 3연전은 막힌 속을 확 뚫어주는 시리즈였다. 앞선 2경기서 5번 박종윤의 맹활약으로 내리 승리를 거머쥔 롯데는 이날 경기선 4번 홍성흔의 맹타로 시리즈를 쓸어담았다.
홍성흔의 날이었다. 전날 좌월 솔로홈런으로 장타의 감을 찾은 홍성흔은 이날도 선제 3점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4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4번타자가 살아난 덕에 롯데는 7-1로 두산을 제압하고 스윕을 완성했다.
홍성흔의 방망이는 경기 초반부터 불을 뿜었다. 1회초 손아섭이 좌전안타, 전준우가 볼넷을 얻어 만든 1사 1,2루. 홍성흔은 두산 선발 김선우의 공을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리고 스리볼 원스트라이크의 유리한 볼카운트서 5구째 몸쪽 낮은 커터를 그대로 밀어쳤다. '딱'하는 소리와 함께 힘차게 뻗은 타구는 우중간 '파워앨리'를 향해 날아갔고, 두산 중견수 이종욱과 우익수 이성열이 손쓸 틈도 없이 담장을 넘어갔다. 스리런홈런.
경기 분위기가 단숨에 롯데 쪽으로 넘어가게 된 한 방이었다. 사실 올 시즌 개막전부터 4번타자로 기용된 홍성흔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파워가 좀처럼 발휘되지 않자 지난 16일 사직 넥센전부터 5번으로 타순이 바뀌었고, 25일 잠실 두산전부터 4번으로 다시 복귀했다. 그리고 복귀하자마자 치른 두산과의 이번 3연전서 홈런 2개를 터뜨리며 양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것이다.
이날 홍성흔은 2회에도 시원한 적시타로 살아난 타격감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2사 2루에서 이번엔 깨끗한 중전 안타로 2루주자 손아섭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롯데가 초반 승기를 잡게 된 계기가 홍성흔의 두 차례 타격 덕분이었던 셈이다. 홍성흔은 4회 중견수 플라이, 6회에는 우익수 플라이, 9회에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롯데는 4-1로 앞선 5회 박종윤의 허를 찌르는 희생번트로 추가점을 얹은뒤 7회 조성환의 좌중간 2루타로 쐐기점을 뽑았다.
홍성흔이 타선의 핵 역할을 했다면 마운드에선 선발 진명호의 피칭이 빛났다. 올 시즌 구원으로만 4경기에 등판했던 진명호는 시즌 첫 선발 등판이란 부담에도 불구하고 5.2이닝 1 피안타 5볼넷 1실점으로 제 몫을 100% 이상 해줬다. 지난해 10월6일 사직 한화전 이후 개인 2번째 승리를 품에 안았다.
우익수 겸 2번타자로 출장한 손아섭도 승리의 조역이었다. 손아섭은 첫 3타석서 연속 안타를 뽑는 등 5타수 3안타 3득점으로 눈에 띄는 타격을 선보였다.
두산은 전날에 이어 타선이 빈공에 시달린 데다 선발 김선우가 조기에 무너져 주말 3연전을 모조리 내줬다. 특히 홈 7경기 연속 매진사례에도 불구하고 홈 8연패란 결과를 얻고 말아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김선우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듯 2.1이닝 동안 무려 9안타를 얻어맞고 5실점(4자책),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다.
홍성흔은 "경기 전 감독님과 타격코치님께서 '네가 타선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주문하셨다. 타석에서 딱딱 맞히는 모습이 아닌 헐크같은 모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하셨다"면서 "투수들이 몸쪽 공을 많이 던질 것 같아서 대비한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타점 타이틀은 앞선 타자들이 얼마나 도와주느냐에 따라 달렸다. 물론 타이틀에 신경쓰지는 않는다. 찬스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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