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올 시즌 수원 삼성은 안방에서 천하무적이다. 개막 후 홈 8연승을 거두는 동안 17득점 3실점으로 환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원정에서는 정반대다. 1승2무3패, 5득점 8실점으로 집만 나가면 애를 먹고 있다. 한 골도 넣지 못한 경기도 두 차례나 됐다. 특히 26일 전북 현대와 K리그 1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는 주도권을 내주며 0-3으로 완패했다. 리그 1위 수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수원의 윤성효 감독은 "경기를 하다 보면 득점이 많을 때고 있고 실점이 많을 때도 있다. 전체적인 팀의 조직력이 흐트러졌다고 보면 될 것 같다"라며 일시적인 문제로 인식했다.
또, "서정진, 오장은, 에벨톤 등이 빠지면서 멤버를 구성하기가 힘들었다. 원정 경기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패인을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윤 감독 스스로 전략 부재를 시인하는 꼴이 됐다. 선두권에서 싸우는 강팀이라면 공수 전력의 안정은 물론 특정 선수가 빠져도 버텨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수원은 원정경기에서 상대의 빡빡한 수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남 드래곤즈나 경남FC, 대전 시티즌 모두 밀집 수비에 빠른 역습이라는 공통된 스타일을 보여줬지만 수원은 스테보-라돈치치의 높이 또는 에벨톤C의 화려한 공간 돌파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미 이들의 특성을 파악한 상대팀들은 대비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특히 대전과의 경기서 수원은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1-2로 패하는 쓴맛을 봤다.
26일 전북전에서 수원은 플랜A의 어려움에 대비한 플랜B가 없음을 제대로 드러냈다. 좌우에 조용태와 박종진 등 기동력이 있는 이들을 내세우고 중앙 수비수 곽광선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려 박현범-이용래 콤비를 전진시켰지만 전북의 패싱게임과 압박에 무용지물이었다.
오히려 네 명의 수비에 중앙 세 명의 미드필더가 모두 수비적인 성향이라 전반에 무실점으로 버티고 후반에 승부를 내보자는 의도가 읽힌 듯했다.
스테보 홀로 뭔가를 해내기에도 버거워 보였다. 전반 33분 라돈치치를 조기 교체 투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전북의 스피드에 휘말리는 결과를 낳았다. 후반, 조지훈의 투입으로 나아지기는 했지만 수비 뒷공간은 전북의 현란한 움직임에 파괴됐다.
이는 에벨톤C와 서정진의 공백을 메우기 힘들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윤 감독은 "(주전급) 전력이 다 부상이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마치 이들을 대체해 나선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없는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다. A매치 휴식기 동안 주전과 후보 전력 간 격차 줄이기와 부상시 대체 선수 활용 능력 키우기라는 숙제를 떠안은 수원과 윤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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