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김병현(33, 넥센)은 약점으로 지적되는 좌타자들과의 대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유독 지기 싫은 성격으로 알려진 김병현다운 대답이었다.
김병현이 18일 목동구장에서 삼성을 상대로 국내 복귀 후 첫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4.2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대체로 무난한 선발 데뷔전이었다는 평가다. 김병현 스스로는 "70점 정도 된다"고 자신의 투구를 평가했다.
이날 삼성 류중일 감독은 경기 전 넥센 덕아웃을 찾아와 김시진 감독에게 "오늘 (김)병현이를 위해 특별히 라인업을 짰습니다"라고 말했다. 류 감독이 준비한 특별 라인업은 1번부터 5번타순까지 모조리 좌타자를 배치한 것이었다. 김병현과 같은 잠수함 스타일의 투수들은 좌타자들에게 약하다는 점을 고려한 라인업이었다.
김병현은 총 6개 맞은 안타 중 5개를 좌타자들에게 내줬다. 김병현의 자책점으로 기록된 3점도 모두 좌타자들을 잡아내지 못해 내준 점수들이었다. 그럼에도 김병현은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김시진 감독은 김병현과 좌타좌와의 관계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했다. 김 감독은 "김병현 본인도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어떤 공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며 "좌타자에게도 적은 투구수로 승부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칭찬도 이어졌다. 김 감독은 "사실 좌타자만 5명이 연속해서 나오는 것, 갑갑한 일이다"라며 "그럼에도 김병현은 맞을 땐 맞더라고 꿋꿋하게 잘 던져줬다. 젊은 선수들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처럼 마운드 위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자기 공을 뿌린 김병현이다.
기록에서도 좌우 타자에 대한 성적이 극명히 갈린다. 김병현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무려 4할1푼2리, 우타자 상대 2할2푼2리의 피안타율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는 잠수함 투수들의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다.
해답도 있다. 좌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슬라이더와 과감한 몸쪽 승부다. 1회초 채태인에게는 몸쪽으로 크게 꺾이는 슬라이더로, 5회초 이승엽에게는 몸쪽 빠른공을 던져 각각 삼진을 잡아냈다. 이런 패턴이 앞으로의 모범 답안이 될 수 있다.
김시진 감독은 "5일 후가 될지, 6일 후가 될지 모르겠지만 김병현은 앞으로 선발로 쓰겠다"고 말했다. 일단 첫 선발 등판에서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핵잠수함'의 다음번 선발 등판. 좌타자를 요격할 어뢰가 갖춰질지 관심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