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축구대표팀 최강희 감독은 스페인과 평가전(31일) 및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 카타르 원정(6월 9일), 2차전 레바논 홈(12일) 경기를 앞두고 치열한 고민을 했다.
다름 아닌 선수 차출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다. 대표팀은 오는 21일 일부 해외파(유럽파 5명+중동파 3명)와 경찰청 소속의 김두현, 염기훈 등 10명 정도를 우선 소집해 간단한 훈련을 한 뒤 24일 스위스 취리히로 떠난다.
K리거들은 26~28일 열리는 14라운드를 소화한 뒤 28일 밤 비행편을 이용해 스위스로 이동한다. J리거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30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을 치르는 울산 현대 소속 4명이 31일 스위스로 떠난다. 그나마 전북 현대가 ACL 16강이 좌절되면서 이동국, 김정우의 차출이 며칠이나마 빨라진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 됐다.
그러나 뒤늦게 합류하는 이들이 31일 스위스 베른에서 예정된 스페인과 평가전에 나서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최 감독은 고민하다 대표팀을 이원화하는 방안을 생각했다. 스페인과 카타르전은 시차 적응이 용이한 유럽, 중동파에 맡기고 레바논전은 K리거 중심으로 치르며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원정 후 홈경기라 '역시차'라는 문제가 걸려 있어 더더욱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이 산만해지는 상황을 막기로 했다. 본격적인 최종예선 출항에서 선수단이 자칫 어수선해질 경우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표팀에서 일부 선수들의 조기 합류가 불발되면서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아 상대팀에 고전했던 경우가 있었다.
당초 33명을 소집하려다 26명으로 명단을 줄인 것도 그렇다. 너무 많은 인원이 이동하다 보면 시간도 지체되고 집중도 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나마 스페인전이 평가전이라서 다행스럽다. 카타르전까지는 시간이 있다는 점이 최 감독의 부담을 줄여준다. 특히 이정수(알 사드), 남태희(레퀴야), 조용형(알 라얀) 등 카타르에서 활약하는 3인방이 있어 현지 적응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나쁘지 않다.
또, 주요 선수들이 챔피언스리그나 지난해 1월 아시안컵을 통해 카타르의 환경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레바논전 때 예상되는 역시차 문제는 선수들이 프로답게 잘 극복할 것이라는 최 감독의 기본적인 믿음도 있다.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직접 요구를 하지 않는 편이다.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대표팀 이원화를 하지 않은 것은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바탕에 깔고 있다. 최 감독은 "역시차 문제는 정면으로 극복하겠다. 분위기를 한데 모으겠다"라며 난관 돌파에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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