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조인성(SK)은 지난해까지 잠실구장에만 발을 내디디면 든든했다. 노총각인 아들을 위해 언제나 아버지와 어머니가 야구장을 찾아 응원해줬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성원을 받으며 스타로 발돋움한 그는 지난 겨울 FA 자격을 얻어 SK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3년간 최대 19억원을 확보했다. 성공한 야구선수가 된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눈길은 자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그러나 소속팀을 옮긴 올해 잠실구장을 찾는 기분은 사뭇 다르다. 하늘같았던 아버지를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조인성의 부친 조두현 씨는 지난 2월 17일 향년 77세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를 잃은 조인성은 허전함이 가득하다. 그러나 마냥 슬퍼만 하지 않았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추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라운드에서 진면목을 발휘하는 것뿐이다.
조인성은 이 점을 멋지게 실천하고 있다. 시즌 타율 3할1푼에 3홈런 10타점. 아직 초반이지만 그의 실력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거액 몸값의 FA들이 흔히 부진에 빠지곤 해 듣는 악담도 그에게는 남의 이야기다.
8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조인성은 여전했다. 1-1 동점이던 6회초 2사 1,3루서 상대 에이스 니퍼트로부터 좌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 타점은 결과적으로 결승점이 됐고, 조인성은 앞선 경기(6일 롯데전 끝내기 홈런)에 이은 2경기 연속 결승타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성적은 4타수 1안타 1타점.
더구나 이날 두산전에서는 수비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다. 안정된 투수 리드로 SK의 '벌떼 마운드'를 이끌며 두산 타선을 1점으로 억제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만수 감독은 이 점을 들어 "조인성이 투수리드도 잘 해줬고 (결승점) 해결도 해줘서 수훈갑이 된 게 결정적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인성은 "어버이날을 맞아 어머니와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좋은 선물이 된 것 같다. 항상 잠실경기 때 아버지 어머니가 같이 오셨는데 오늘은 어머니 혼자 오셔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특히 경기에 집중하면서 찬스 때 짧게 친다고 생각한 게 주효했다. 늘 마음속에 아버지를 품고 열심히 선수생활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가슴 뭉클하한 소감을 밝혔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