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김)태군이도 만회해야 할 것 아닌가."
6일 잠실 두산전에서 LG 팬들을 의아하게 만든 상황이 펼쳐졌다. 5-3으로 두 점을 앞선 가운데 1사 만루로 점수 차를 벌릴 수 있는 찬스가 주어진 것. 다음 타자는 앞선 세 타석에서 모두 땅볼로 물러난 김태군이었다.
경기를 보고 있던 대다수가 대타를 예상했다. 이날 LG 벤치에는 이병규(7번), 최동수 등 믿음직한 타자들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두산 벤치에서 일부러 김태군을 상대하기 위해 2,3루에서 서동욱을 고의4구로 거른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의 선택은 김태군이었다. 예상을 깬 선택이었지만 김태군은 노경은을 상대로 4구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다음 타자 김재율 역시 삼진을 당하며 LG는 추가 득점 기회를 무산시키고 말았다.
LG는 8회초부터 등판한 유원상이 2이닝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봉쇄하며 5-3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만약 7회말 공격에서 한 점만 더 추가했다면 좀 더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었다. 이겼기에 망정이지 자칫 두산의 추격을 허용했다면 두고두고 아쉬울 법한 장면이었다.
다음날인 7일 김 감독으로부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조이뉴스24'와의 전화통화에서 "태군이에게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며 대타를 쓰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김태군이 만회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김태군은 앞선 세 차례의 타격 기회에서 안타성 타구를 날리지 못했다. 오히려 공격 기회를 끊는 부진함을 보였다. 2회말 첫 타석에서는 유격수 병살타로 물러났고, 4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역시 유격수 앞 병살타성 타구를 날렸으나 손시헌의 실책으로 운 좋게 타점을 올렸다.
김 감독이 만회를 언급한 것은 6회말 세 번째 타석이었다. 오지환의 볼넷과 서동욱의 우전안타로 만들어진 무사 1,2루. 김태군은 보내기 번트를 시도했지만 공은 그대로 포수 미트로 빨려들어갔고, 번트를 대는 것으로 보고 스타트를 끊었던 2루 주자 오지환이 3루에서 횡사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1사 1루로 상황이 돌변했고, 김태군 자신도 1루수 땅볼로 아웃당했다.
김태군은 지난 5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올라와 경기에 나섰다. 6일 경기는 올 시즌 두 번째 치르는 1군 경기였다. 김 감독은 1군 승격 후 불과 2경기에 출장한 것이 전부인 김태군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 연장전까지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우리가 지고 있으면 몰라도 이기고 있는 상황 아니었나. 나는 이기는 상황에서는 선수 교체를 잘 안하는 스타일"이라며 "요즘 연장전도 많이 들어가는데 연장 갈 경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태군 타석에서 대타를 낸다면 다음 이닝부터 심광호가 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렇다면 그 이후부터는 심광호 타석에서 대타를 쓸 수 가 없다. 엔트리에 포수 자원이 김태군과 심광호 둘 뿐이기 때문이다. 아껴뒀다가 꼭 필요할 때 대타를 쓰겠다는 생각이었던 셈이다.
올 시즌 LG의 경기를 살펴보면 실수한 선수에게 또 한 번 기회가 주어지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 4월13일 잠실 KIA전에서도 심광호가 찬스마다 타석에 들어서 병살타와 삼진 3개를 당한 적이 있다. 그날 경기에서 LG는 연장 끝에 6-8로 패했다.
눈 앞의 1승에 급급해 하지 않는 여유로 봐야할까, 아니면 대타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라고 봐야 할까. 정답은 앞으로 LG 경기를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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