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작년에도 똑같았어요. 4월에 엄청 부진했었지. 그래도 믿으니까 결국 살아나데."
류중일 삼성 감독의 믿음은 여전했다. 타격 슬럼프에 빠진 최형우를 계속 4번타자로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1일 대구 두산전이 우천 취소되기에 앞서 만난 류 감독은 최형우에 대한 신뢰감을 다시 한 번 나타냈다.
"타순을 바꿔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단호하게 '싫다'고 하더라"며 "나는 선수를 믿는 사람이다. 감독된 지 1년만에 컨셉을 바꿀 수는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단호하게 밀고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홈런왕에 오르는 등 최고의 활약을 했던 최형우는 올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다. 4월 한 달간 타율 1할6푼7리에 그쳤다. 홈런 없이 타점 5개만 올렸다. 그 혼자만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덩달아 소속팀 삼성도 힘든 한 달을 겪었다. 개막 첫 달 삼성은 7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지난해 우승팀으로서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평가와 달리 5할 승률에 3승이나 뒤져 있다.
류 감독은 "하루 정도 휴식을 줄까도 생각해봤다. 그래도 가끔가다 치니 빼기도 그렇더라"고 고충도 털어놓았다.
그래도 류 감독은 시간문제일 뿐 최형우가 살아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3번 이승엽과 5번 박석민이 연일 펄펄 날고 있는 점도 기대하는 요인이다. 류 감독은 "(박)석민이가 뒤에서 받쳐주고 있다. 투수들이 (최)형우를 피할 수 없는 구조"라며 "승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 살아날 시기도 점점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해법은 '무심타'다. 요즘같은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공만 보고 공을 치는 게 가장 낫다고 보고 있다. 타석에서 생각이 많아질수록 머리가 복잡해지고 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한 방만 나와주면 된다. 안타나 홈런이 나오지 않으니까 좋아하는 코스에 공이 와도 제대로 방망이가 나가지 못한다"며 "자신감을 찾아야 한다. 일단 자기 타석에서 생각부터 버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최형우는 의기소침하지 않고 밝은 표정으로 이날 오후 훈련을 소화했다. 경기가 우천 취소돼 하루 휴식을 갖게 된 그가 슬럼프 탈출의 계기를 찾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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