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슈퍼히어로가 한자리에 모이는 할리우드 영화 '어벤저스'. 아이언맨부터 헐크, 토르까지, 왕년의 영웅들이 힘을 모아 지구를 구해낸다.
2012 프로야구서 '어벤저스' 비슷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이호준(36), 박재홍(39), 조인성(37) 등 SK 베테랑 3인방이 그렇다. 2군에서 콜업되거나 다른 팀에서 이적해온 선수 등 구성 과정도 뭔가 특별하다. 이들은 최악의 부진 속 연패를 끊어낸 SK의 '영웅'과도 같은 존재다.
이만수 감독은 지난 27일 문학 삼성전을 앞두고 모험을 감행했다. 4번 타순에 지명타자 이호준을 배치했고, 2군에 있던 박재홍을 불러올렸다. 전날까지 이호준의 타율은 1할5리(19타수 2안타)였고, 박재홍은 지난해 어깨 부상 이후 올 시즌 처음 1군 등록이었다.
이 감독의 용병술은 성공했다. 이날 SK는 삼성을 7-4로 물리치고 4연패를 마감했다. 이호준은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4번타자다운 활약을 했고, 박재홍은 첫 출전부터 멀티 안타를 때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이호준의 달아오른 타격감은 연일 불을 뿜고 있다. 28일에도 4번 타자로 나서 2안타 1타점, 1득점을 올리며 팀의 8-5 승리에 앞장섰다.
박재홍은 4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하면서 역시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는 29일까지 출전한 세 경기서 매일 2안타씩 멀티히트를 터뜨렸다.
안방마님 조인성은 꾸준했다. FA 이적해 올 시즌 출전한 16경기 중 4경기를 제외하고 매일 안타를 때려냈다. 타율은 3할1푼9리로, 김강민(3할2푼2리)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높다.
최근 SK는 박정권, 박재상, 안치용 등 주전 선수들이 단체 슬럼프에 빠져 위태로웠다. 이 감독은 "한꺼번에 안 좋으니 다 같이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타선의 침묵은 예상보다 길어졌고 초반 1위를 달리던 순위는 점점 내려앉기 시작했다.
꼭 필요한 순간에 베테랑들이 나섰다. 마치 영화 '어벤저스'의 영웅들처럼. SK는 이들의 활약으로 4연패 뒤 2연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등을 이뤄냈다. SK는 9승 7패를 거두며 넥센과 공동 3위로 4월을 마감했다.
최경환 타격 코치는 이들 베테랑 3인방을 '천군만마'라고 표현했다. 최 코치는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 다른 타자들의 페이스가 떨어져 있을 때 고참들이 잘해줘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호준의 최근 맹타 비결은 '하체'였다. 최 코치는 "예전에는 상체 위주의 타격을 했다면, 이제는 하체에 중심이 잡혀 보다 안정적인 타격을 할 수 있게 됐다. 밸런스가 잡힌 것이다. 그래서 나쁜 볼에 손이 안 나가고, 자기 스윙을 할 수 있다. 다른 선수들도 이호준같은 타격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재홍은 2군에서부터 착실히 1군 복귀를 준비해왔다. 최 코치는 "김용희 (2군)감독님께서 박재홍의 감이 좋다고 추천해주셨다. 원래 몸 상태가 좋으면 바로 올리려고 했었다. 어깨와 종아리가 좋지 않아 콜업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박재홍은 "이제 완전히 회복됐다. 솔직히 몸 상태를 운운할 처지가 아니다"라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이적생' 조인성은 박경완, 정상호의 빈 자리를 훌륭히 메웠다. 4월 16경기에 모두 출전해 체력 소모가 컸다. 다행히 지쳐갈 때쯤 정상호가 1군에 합류해 체력을 비축할 수 있게 됐다.
SK는 휴식일인 30일 문학구장에서 특별 타격훈련을 실시한다. 최근 부진한 안치용과 박정권, 박재상 등이 특타 대상이다.
SK가 어려움 속에서도 3위를 유지하며 5월을 맞게 된 비결은 필요한 순간 분발해준 '평균 나이 37.3세' 베테랑 3인방의 활약 덕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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