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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피칭' 김승회, 윤석민에도 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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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기자] "윤석민을 잡을 투수요? 김승회가 있지 않습니까."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은 웃었다. 전날(28일) 에이스 김선우가 등판한 경기서 패한 뒤 곧바로 맞닥뜨린 대한민국 최고 우완 투수. 더구나 두산 선발은 무려 2주일만에 등판하는 5선발이다. 그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김 감독의 예언(?) 대로였다. 김승회는 프로 데뷔 후 가장 빛나는 피칭을 펼치며 윤석민과의 맞대결에서 실질적으로 이겼다. 기록상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투구 내용 면에선 지난해 MVP 윤석민을 뛰어넘었다.

29일 잠실 KIA전서 김승회는 7이닝 동안 공 109개를 던지며 5피안타 3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억제했다. 탈삼진 4개에 볼넷 3개. 지난해 8월11일 잠실 SK전 6.2이닝 투구 이후 개인 한 경기 최다 이닝 기록을 갈아치웠다. 투구수 역시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았다.

스크라이크 존 구석을 노린 피칭이 빛을 발했다. 5회까지 135∼145㎞의 패스트볼을 뿌리며 KIA 타선과 힘대 힘으로 맞섰다. 초반에는 다소 불안했다. 2회 선두 최희섭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허용한 뒤 차일목에게 중전 안타를 맞아 첫 실점했다. 3회에는 연속 3안타와 희생번트로 2점을 추가로 내줬다.

조기 강판의 위기감이 감돌던 상황. 그러나 김승회는 가장 어려울 때 힘을 냈다. 4회부터 그는 KIA 타선을 꽁꽁 틀어막기 시작했다. 선두 홍재호부터 7회 2번째 타자 신종길까지 11명을 내리 잡아냈다. 7회 2사 후 이용규에게 볼넷을 허용한 후 보크로 득점권까지 보냈지만 안치홍을 중견수 뜬공 처리하고 자신의 임무를 100% 완수했다.

김승회의 역투에 두산 타자들도 중반부터 힘을 내며 화답했다. 5회부터 8회까지 매 이닝 1점씩 올려 끝내 경기를 뒤집었다. 3-3 동점이던 8회에는 선두 이성열의 볼넷과 이원석의 희생번트, 그리고 손시헌의 좌전 안타로 결승점을 뽑아 4-3으로 이겼다.

탐라대를 졸업하고 2003년 두산에 입단한 김승회는 올해로 프로 10년차다. 지난해까지 주로 중간계투로 뛴 탓에 뚜렷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193경기서 12승을 올린 게 전부다. 329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했다.

지난해 김진욱 감독의 부임은 야구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계기가 됐다. 김승회의 자질을 높이 평가하던 김 감독은 올해 시범경기를 마친 뒤 붙박이 선발투수로 그를 점찍었고, 김승회는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지난 15일 사직 롯데전서 4.2이닝 3실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날 놀랄 만한 피칭으로 두산이 역전극을 펼치는 데 중요한 발판을 놓은 것이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상승세를 계속 이어갔다. 최근 9경기서 7승을 거두며 선두 자리를 고수했다. 웬만해선 기세가 꺾이지 않을 것 같은 요즘 분위기다.

김승회는 "어제 팀이 팽팽한 접전서 역전패를 당해 팀 분위기가 안 좋아질 수 있었다. 더구나 오늘 상대 투수가 윤석민이어서 이긴다는 생각보다는 비슷하게 흐름을 끌고 가려고 노력했다"면서 "(비록 뒤지고 있었지만) 타자들의 방망이 뒷심을 믿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진욱 감독은 "정말 이기고 싶었던 경기다. 오늘 낮경기라 젊은 선수들을 많이 기용했다. 이들뿐 아니라 대주자로 나온 (임)재철이 같은 고참도 자기 역할을 다 해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기뻐했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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