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이어 호날두도 '11m의 압박' 이겨내지 못했다

[이성필기자] 골대 앞 11m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대스타도 무너트릴 수 있고 무명도 한 번에 떠오를 수 있는 잔인한 곳이기도 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는 다르면서도 또 같은 페널티킥 불운으로 무너졌다. 두 골을 넣으면서 선전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의 실축은 그를 울렸다.

레알 마드리드는 26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1~201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4강 2차전에서 2-1로 이겼지만 1, 2차전 합계 1승1패에 전적도 3-3이 돼 연장전으로 갔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결국 승부차기까지 벌여야 했고, 레알은 1-3으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 경기 하루 전인 25일, 호날두는 라이벌 메시(바르셀로나)가 페널티킥을 넣지 못해 무너지는 장면을 확인했다. 첼시의 기막힌 수비에도 메시는 1도움으로 분전했지만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는 페널티킥에 키커로 나서 슛한 볼이 크로스바에 맞고 나가며 땅을 쳤다.

1차전 원정에서 1-2로 진 레알의 결승행을 위해 호날두는 시작부터 몰아붙였고 전반 6분 페널티킥 찬스를 놓치지 않고 침착하게 넣었다. 지난해 독일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뮌헨의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를 상대로 냉정한 킥을 보여주며 메시와는 다름을 과시했다.

14분에는 추가골도 작렬시켰다. 뮌헨 수비진의 오프사이드 함정을 절묘하게 파고들어 골을 터뜨렸다. 첼시의 수비를 뚫지 못해 중거리 슈팅으로 해결을 보려다 무너진 메시보다 침착했다.

그러나 뮌헨이 한 골을 만회해 2-1이 된 뒤 호날두의 위력은 반감됐다. 그 역시 승부에 초조함을 드러냈다. 프리킥이나 슈팅은 골대를 한참 벗어났다. 호날두의 얼굴에서는 서서히 짜증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 열흘 사이 네 경기를 소화해 체력이 떨어진 것도 한 몫 했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호날두는 울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지난 2007~2008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첼시의 페트르 체흐에 막혔던 기억이 있어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나섰지만 노이어의 현란한 움직임에 말려들었다.

호날두의 승부차기 실패는 반전에 가깝다. 호날두의 페널티킥 성공률 기록은 지존급이었다. 레알에서는 2009년 12월 이후 25차례의 페널티킥을 모두 넣으며 순도 높은 성공률을 자랑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순간, 기록은 무용지물이 됐다.

노이어는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노련한 골키퍼다. 샬케04 소속으로 나선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맨유와 4강 1차전에서 화려한 선방 능력을 보여주며 뮌헨에 입성했다. 노이어의 움직임 앞에 호날두는 첫 번째 키커로 나섰다는 상징성과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