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절박했던 한화가 불펜 필승조를 조기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지며 연패에서 탈출했다. 자칫 독이 될 수도 있었던 승부수였지만 폭발한 타선 덕분에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한화는 24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시원스럽게 폭발한 타선을 앞세워 16-8 낙승을 거뒀다. 4연패를 마감한 한화는 시즌 3승10패를 기록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던 한화가 희망을 걸고 있던 것은 '코리안특급' 박찬호의 호투였다. 상대 KIA의 선발 역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윤석민이었지만 한화가 기댈 곳은 박찬호뿐이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5회를 채우지 못하고 4이닝 4실점(1자책)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상대 선발 윤석민 역시 5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박찬호의 강판은 예상보다 빨랐다. 결국 한화 벤치의 대안은 필승조의 조기 투입이었다.
5-2로 앞선 5회말, 박찬호가 무사 1,2루의 위기에 몰리자 한대화 감독은 송신영을 투입해 불을 끄고자 했다. 그러나 송신영은 3루수 이여상의 실책이 빌미가 되긴 했지만, 안타와 볼넷 하나 씩을 내주며 5-5 동점을 허용했다. 패배의 그림자가 다시 한화를 덮친 순간이었다.
다행히 한화는 6회초 다시 3점을 뽑아내 8-5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6회말, 바뀐 투수 김혁민이 1사 1,3루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자 한 감독은 역시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서 박정진을 마운드에 올렸다. 박정진은 김원섭을 삼진으로 잡아낸 뒤 차일목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맞았으나 윤완주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넘겼다.
여기까지는 박정진의 빠른 투입이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박정진은 7회말 2사 후 연속 3안타를 허용하며 2실점했고, 한화는 8-7로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더 이상 연패 탈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서 한 감독은 불펜의 마지막 필승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마무리 투수' 데니 바티스타의 투입이 그것이다. 마무리 투수를 7회에 투입하는 것은 그만큼 한화의 처지가 절박했다는 반증이다. 결국 바티스타는 8회까지 삼진 3개를 잡아내며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결과적으로 한화는 8회초 2점을 추가한 데 이어 9회초 대거 6득점하며 16-8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9회 대량득점이 없었다면 승부는 또 어떻게 뒤집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필승 불펜진을 모두 소모한 9회말, 송창식이 마운드에 올라 한 점을 내줬기 때문이다.
가정이긴 하지만 9회초 얻어낸 6점이 없었다면 9회말 10-8까지 추격을 당하며 진땀을 흘려야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화 선수들은 조급해졌을 것이고, KIA 선수들도 쉽게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화의 불펜 필승조는 송신영, 박정진, 바티스타다. 송신영과 박정진이 7~8회를 책임지면 바티스타가 9회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하는 것이 이상적인 불펜 운영 방향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는 송신영이 5회, 박정진이 6회, 바티스타가 7회 마운드에 올랐다.
더 이상 연패가 길어져서는 안된다는 한화 벤치의 강력한 의지 표현이었다. 다음날 '이닝이터' 류현진의 선발 등판이 예정돼 있고, 전국적인 비 예보도 있었기 때문에 불펜을 총동원해도 다음 경기에 큰 지장도 없었다. 그러나 송신영과 박정진은 깔끔하게 자신의 임무를 끝마치지 못하며 한화 벤치에 불안감을 안겼다.
'초강수'라고도 볼 수 있는 한화의 불펜 기용. 바꿔 말하면 필승조 세 선수에 대한 한화 마운드의 의존도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승리를 따내며 연패를 끊긴 했지만 한화로서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털어낼 수 없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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