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진작 그렇게 뛸 것이지…"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스승의 고별전에서 승리로 보답하고자 하는 제자들의 마음은 그랬다. 인천 선수들은 골을 넣은 뒤에는 큰절을 올리며 예를 갖췄다.
적장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광주FC 최만희 감독은 "조금 더 시간을 가졌으면 좋았을 것이다. 시민구단은 힘든 문제가 많은데 허정무 감독도 그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라고 마음 아파했다.
전격 자진 사퇴를 선언한 인천 유나이티드의 허정무 감독으로 인해 2012 K리그 7라운드 인천-광주전이 열린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구단 프런트도 침울함 속에 입을 꾹 다물고 경기를 지켜봤다.
인천 선수단은 결연했다. 몸을 풀러 나가서도 침묵을 지켰다. 성적 부진과 구단 내,외부의 각종 문제를 이기지 못한 스승의 사퇴 선택에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주심의 경기 시작 호각이 울리자 인천 선수들은 설기현, 김남일 두 노장을 중심으로 끈기 있는 플레이를 펼쳤다. 조금이라도 광주 수비의 틈이 보이면 과감하게 파고들어 슈팅을 시도했다. 1승1무4패라는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던 지난 6경기와는 경기력 자체가 달랐다.
전반 9분 최종환의 슈팅은 오른쪽 포스트 하단에 맞고 나왔다. 13분에도 정혁의 헤딩 슈팅이 오른쪽 포스트 중단에 맞고 나왔고 인천 선수단은 가슴을 쳤다.
인천이 원하던 골은 17분 터졌다. 설기현이 수비수와 몸싸움을 이겨내고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연결한 볼을 최종환이 골키퍼 옆구리 사이로 슈팅해 선제골을 넣었다.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인천 벤치 앞으로 뛰어간 선수단은 허정무 감독 앞에서 큰절을 올리는 집단 세리머니를 했다. 엉거주춤 서 있던 허 감독은 미소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인천은 더욱 처절하게 뛰었다. 그럴수록 힘든 것은 광주였다. "이런 (감독 사퇴라는) 상황에서 상대가 거칠게 나올까 걱정된다"는 광주 최만희 감독의 판단대로 인천은 저돌적으로 나왔다. 그래도 침착함을 잃지 않은 광주는 38분 이승기가 오른쪽 미드필드에서 연결한 가로지르기를 김은성이 재치있게 머리로 방향을 바꿔 동점골을 터뜨렸다.
승리 외에는 답이 없는 인천은 후반 원톱 설기현에게 집중적으로 볼을 투입하며 승리라는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 허 감독도 26분 나단 번즈와 문상윤 등 설기현을 돕는 윙어들을 교체 투입해 승리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원하던 한 방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오히려 202㎝의 장신인 광주 원톱 복이의 제공권에 눌리면서 애를 먹었다. 21분 김재웅이 시도한 프리킥도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는 등 운마저 따르지 않았다. 남은 것은 추가시간 3분이었다. 사력을 다해 뛰었지만 광주의 조직력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1-1 무승부. 자진사퇴한 허정무 감독의 인천 고별전은 그렇게 끝났다. 인천은 3경기 무승(2무1패)을 기록하며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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