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9.2이닝 17피안타 4볼넷 14실점.'
프로야구 8개구단 가운데 가장 강력한 원투펀치로 꼽히는 두산 니퍼트와 김선우의 개막 2연전 합산 성적이다. 믿었던 에이스들이 난타를 당하니 경기 운영이 쉽지 않다.
부진의 출발은 니퍼트였다. 7일 넥센과의 개막전 선발 니퍼트는 5회 2사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갑자기 다른 투수로 변하더니 연타를 허용했고, 결국 대량 실점을 피하지 못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니퍼트 부진의 원인을 스태미너에서 찾았다. "사실 4회부터 공 끝이 달라졌다. 힘이 떨어졌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5회부터 맞기 시작하더라."
그렇다면 왜 투수가 힘이 떨어졌을 때 교체하지 않았을까. 김 감독은 "에이스를 어떻게 초반부터 바꾸느냐"고 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만원관중을 감안하면 1선발을 쉽게 교체하기 어려웠다는 거다. 팬 중심, 그리고 선발 위주의 야구를 지향하는 김 감독다운 발언이었다.
8일 경기도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발 김선우는 4회까지 힘겹게 마운드를 지켰다. 안타 7개에 5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다행히 타선의 지원으로 패전을 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번에도 에이스를 도중에 교체하지 않았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팀내 주축 투수는 5회 이전에 교체하지 않는다는 지론을 이번에도 유지했다. 투구수 90∼100개는 보장해주겠다는 게 그의 방침이다. 그러나 경기는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갔고, 결국 김선우는 5회에만 4피안타로 추가 4실점하며 이닝을 마감하지 못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초반 외부 환경의 요인으로 뜻하지 않게 실점한 게 이후 투구 리듬을 잃은 요인 중 하나였다. 1회초 1사 2,3루서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강정호를 내야 높은 플라이로 유도했지만 강풍에 공이 떨어지는 방향이 계속 바뀌었다
1루 베이스와 마운드 사이에서 기다리던 1루수 최준석이 낙구 방향을 따라 홈플레이트 앞까지 달려들었지만 공은 최준석의 글러브를 외면한채 잔디 위로 떨어졌다. 이 틈을 타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은 건 당연지사. 이날 잠실에선 경기 초반 외야에서 홈쪽으로 강한 바람이 밀려들어 수비수들이 애를 먹었다.
2회에는 1사 뒤 허도환의 내야땅볼이 불규칙 바운드가 되면서 2루수 고영민의 얼굴 오른쪽을 강타했다. 허도환은 내야안타로 살아나갔고, 후속타로 홈까지 밟았다.
결국 초반 운동장 환경의 요인으로 두산이 3실점하면서 경기가 묘하게 흘러갔고, 이후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된 셈이다.
이날 김선우의 기록은 4.1이닝 11피안타 9실점. 삼진 1개에 볼넷 2개를 허용했다. 김선우가 1경기 9실점한 건 지난해 6월16일 잠실 넥센전 이후 처음이다. 당시 김선우는 5이닝 13피안타 9실점을 기록했다.
다만 팀이 경기 후반 최준석의 결승 3루타 등으로 대역전극을 펼친 덕에 패전의 멍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시범경기 내내 타선의 지원 부족에 시달렸던 두산 투수진 입장에선 오랜만에 타자들의 덕을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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