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쌕쌕이' 이근호(27, 울산 현대)는 분위기를 타면 아무도 못 말린다. 올 시즌 일본 J리그에서 K리그로 복귀한 뒤 그는 특유의 폭발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여전한 존재감을 알렸다. 태극마크를 달고 지난 2월 29일 쿠웨이트와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최종전에서 골맛을 보며 감을 조율하더니 K리그 3라운드 성남 일화전에서 해트트릭으로 화끈한 국내 복귀 신고식을 마쳤다.
이근호는 울산 공격의 한 축으로 골이 없어도 활발한 움직임으로 동료에게 기회를 주는 공헌을 많이 한다. 김호곤 감독도 이근호의 적극성을 높이 평가해 그를 영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해트트릭 이후 이근호는 침묵하고 있다. 상주 상무와 5라운드에서 페널티킥 골을 터뜨리기는 했지만 뭔가 부족함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근호의 침묵은 울산의 승리 가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FC도쿄(일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차전을 시작으로 4일 브리즈번 로어(호주)와 3차전까지 K리그를 포함한 총 4경기에서 3무1패로 승점 3점 벌기가 어렵다.
김호곤 감독은 이근호의 골 침묵이 그 자신의 부진보다는 팀 전체의 경기력 저하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김 감독은 "김신욱과 약간 균형이 안맞는 부분이 생겨서 일단 이근호와 마라냥 조합으로 나서고 있다. 선수들도 상대의 빠른 수비 전환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달라진 전술 조합과 느린 공격 전개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전했다.
연일 이어지는 경기도 이근호를 지치게 한다. 이근호는 K리그 5경기 중 4경기를 풀타임 소화했고 상주전도 후반 32분까지 소화했다. 챔피언스리그 3경기에서도 풀타임으로 뛰었다.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시즌 초반부터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것은 그에게도 벅찬 일이다.
게다가 울산의 경기 스타일은 정확도 높은 역습 축구에 중점을 둔다. 순식간에 공격이 이뤄지는 만큼 활동량 많은 이근호의 체력 소모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브리즈번전에서는 후반 2분 얻은 페널티킥 기회를 놓치는 등 아쉬운 장면도 연출했다.
울산 관계자는 "평소 훈련 때도 너무 열심히 한다. 그런 과정에서 체력을 모두 소모해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라며 농을 섞은 걱정을 던진 뒤 "워낙 집중력이 좋은 선수라 금세 좋은 컨디션을 회복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근호도 자신에게 주문을 걸며 흔들리지 않도록 다잡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어떤 방법으로 경기를 할 수 있는지 더 연구를 해야 한다. 약해지면 안 되고 강해져야 한다"라며 지속적인 공부(훈련)를 통해 개선 방법을 찾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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