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울산 현대에 깊은 고민이 생겼다. '철퇴 축구'로 상징되는 울산의 강력한 한 방을 피하기 위해 상대팀들이 엉덩이를 뒤로 빼고 내려서는 전략을 들고 나옴에 따라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심해지고 있다. 어떻게 체력을 보완, 유지할 지가 당장의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울산은 4일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3차전 브리즈번 로어(호주)와 홈경기에서 1-1로 비겼다. 1위 FC도쿄(일본)가 3위 베이징 궈안(중국)과 1-1로 비기면서 조2위를 유지했다.
이겼다면 조 1위에 올라 오는 17일 브리즈번 원정을 여유롭게 치를 수 있었던 터라 아쉬움은 두 배가 됐다. 선수들도 이기자며 의욕을 다졌지만 무승부 결과는 부담으로 돌아왔다.
울산은 K리그를 포함한 최근 4경기에서 3무1패로 승리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사나흘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고 있다. 구단에서는 낙지 등 다양한 보양식으로 선수들의 체력 보강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체력 저하는 곧 경기력 저하라로 나타났다. 공격 전개 속도가 떨어지다 보니 울산이 자랑하는 빠른 역습도 작동되지 않고 있다. 두 대회를 병행하는 경험을 한 선수들이 생각처럼 많지 않은 것도 경기 운영에 애를 먹는 요인이다.
이래저래 김호곤 감독의 속은 타들어간다. 올 시즌 두 대회를 병행하면서 소기의 성적을 내려는 의욕에 불타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답답하다. 김 감독은 "포항 스틸러스와 개막전 이후 마음에 드는 경기가 하나도 없다"라며 선수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정신을 차리라고 주문했다.
울산은 브리즈번전을 시작으로 4월에 총 7경기를 치른다. 오는 8일 광주FC전부터 22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8라운드까지는 모두 원정 경기다. 중간에 호주 브리즈번 원정이라는 장거리 이동까지 끼어 있다.
그러다보니 선수단 구성도 고민거리다. 브리즈번 원정을 떠나지 않는 선수들은 11일 제주 유나이티드전 이후 열흘이나 휴식을 갖는다. 반면, 원정에 포함되는 선수들은 인천전을 이틀 앞두고 국내로 들어온다. 경기 다음날 한국으로 들어오는 항공편이 없어 생긴 일이다.
장기간 집을 비우는 만큼 그렇지 않아도 떨어진 체력에 피로감이 증가할까 걱정스러움이 앞선다. 국내에 남은 선수들도 경기 감각이 떨어질 수 있어 김 감독의 머리는 더 아프다.
비책은 선수들과의 소통이다. 김 감독은 주장 곽태휘에게 감독의 뜻을 전달해 최대한 선수들과의 유대 관계를 이어간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그동안에는 선수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고 지켜봤다. 이제는 질책을 하든 칭찬을 하든 뭔가 자극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상대의 수비를 깨는 방법을 찾는 반복 훈련도 해결책 중 하나다. 역습의 속도를 끌어올려 '철퇴 축구'의 진면목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김 감독은 "패스 정확도만 높인다면 울산의 정상적인 경기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반전의 기회가 올 것으로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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