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2012 시즌을 맞는 8개 구단은 두 종류로 나눠 볼 수 있다. 신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구단과 기존 감독이 사령탑을 지키는 구단. 그것도 정확히 4대4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새로운 감독을 선임한 구단의 성적에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려 4개 구단이 새 사령탑으로 올 시즌을 시작한다. 바뀐 감독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바탕으로 올 시즌 돌풍을 노리고 있다.
새로운 감독이 팀을 이끄는 구단은 SK, KIA, 두산, LG다. SK는 이만수 감독, KIA는 선동열 감독, 두산은 김진욱 감독, LG는 김기태 감독이 올 시즌부터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삼성 류중일 감독, 롯데 양승호 감독, 한화 한대화 감독, 넥센 김시진 감독은 지난해에도 봤던 얼굴들이다.
◆달라진 비룡, 메이저리그식 '선 굵은 야구' 표방
SK 이만수 감독은 지난 시즌 도중 김성근 감독이 구단과의 불화로 팀을 떠난 뒤 감독대행으로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끌었다. 한국시리즈 종료 후에는 정식 감독으로 임명됐다. 스프링캠프부터 김성근 감독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팀을 이끌고 있다.
김 전 감독이 섬세하고 치밀한 일본식에 가까운 야구를 추구한다면, 이 감독은 선이 굵은 메이저리그식 야구를 펼치고 있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던 것이 지도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별다른 사인을 내지 않는다. 투수-포수간의 볼배합에도 사인을 자주 냈던 김 전 감독과는 확실히 다른 면모다. '야구는 선수들이 한다는 것'이 이 감독이 평소 내세우고 있는 지론이다. 반대로 김 전 감독은 야구에 있어 감독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SK는 시범경기에서 9승4패의 전적으로 1위에 오르며 탄탄한 전력을 자랑했다. 감독이 바뀌긴 했지만 선수들은 그대로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이 있다. 사상 첫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위업을 이뤄낸 SK는 올 시즌에도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무등산 호랑이'의 귀환, 강력한 카리스마의 효과는?
고향을 떠났던 '국보'가 다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게됐다. 지난해 10월, 조범현 감독의 후임으로 선동열 감독이 KIA 사령탑에 올랐다. 지난 1995 시즌을 마치고 주니치로 이적한 이후 16년만의 고향팀 복귀다.
선 감독에게 기대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삼성 감독 시절처럼 강력한 마운드를 구축하는 것과, 카리스마와 고향팀에 대한 애정을 앞세워 선수단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하는 일이었다.
선 감독은 사령탑에 오른 직후 "마운드, 특히 불펜진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스프링캠프를 통해 젊은 투수들을 집중 조련했다. 시범경기를 통해 임준혁, 박경태 등이 두각을 보이기도 했다.
선수단 장악에도 박차를 가했다. 선수단에서 이탈하며 물의를 빚었던 최희섭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가 하면, 최근에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은퇴에도 영향을 미쳤다. 선 감독은 이종범에게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며 플레잉코치를 제안했고, 이종범은 자존심을 이유로 은퇴를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선 감독의 부임이 이종범의 은퇴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선 감독은 선수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팀 전력에 보탬이 되는지만을 따지는 스타일이다. 냉철한 카리스마와 젊은 투수들을 키워내는 능력이 올 시즌 KIA의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편안한 리더십' 김진욱 감독, '자율야구' 뿌리 내릴까?
소통의 리더십, 삼촌 리더십.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사령탑 김진욱 감독을 가리키는 말이다. 편안함을 앞세워 선수들과 소통한다는 뜻이다.
두산은 지난해 과도기를 겪었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김경문 감독이 시즌 중 자진사퇴했고, 김광수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 종료 후에는 김진욱 감독이 새 사령탑에 오르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 감독은 사령탑에 오르기 전 오랜 시간 두산 2군에서 코치 생활을 하며 젊은 선수들과 살을 부대끼며 지내왔다. 때문에 선수들과의 유대관계가 좋고 신망도 두텁다. 2군에 있던 선수들 대부분이 김 감독을 아버지처럼 따를 정도다.
김진욱 감독은 전임 김경문 감독과는 선수들을 대하는 스타일에서 차이를 보인다. 김경문 감독이 뜨거운 '불'이라면 김진욱 감독은 잔잔한 '물'이다. 선수들은 김경문 감독 밑에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면, 김진욱 감독 밑에서는 알아서 열심히 해야 한다.
김진욱 감독의 스타일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물론, 코치 때와 감독이 된 이후는 다르겠지만 김 감독은 선수들을 크게 다그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다. 김 감독의 부임으로 두산의 분위기는 조금 더 자율에 가까워졌다. 선수들이 달라진 분위기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올 시즌 두산의 성적이 달려 있다.
◆LG 김기태 감독, 2군 감독 경험 살려 '내부 육성' 강조
김기태 감독이 흔히 '독이 든 성배'라고 표현되는 LG 사령탑을 맡았다. 이후 김 감독은 "해독제는 선수들이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부임 이후 여러가지 측면에서 이전 감독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먼저 스토브리그를 통해 외부 영입에 의한 전력보강을 시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택근, 송신영, 조인성 등 핵심 선수 3인방을 FA로 떠나보냈다.
사상 최대의 FA 시장이 열렸던 만큼 마음만 있었다면 충분히 외부 FA를 영입할 수도 있었지만 김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외부 선수가 영입될 때마다 기존 선수들이 큰 박탈감을 느낀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LG 2군 감독으로 있으면서 얻게 된 경험이다.
스프링캠프 기간에는 경기조작 여파로 선발투수 2명을 한꺼번에 잃었지만 이번에도 김 감독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기회라는 생각으로 젊은 선수들을 다양하게 테스트하며 시즌을 대비했다.
김 감독은 외국인투수 리즈를 마무리로 돌리는 결단까지 내렸다. 선수 시절부터 유명했던 카리스마를 앞세워 선수단을 장악하는데도 성공했다. 10년만의 가을잔치를 노리는 LG 김기태 감독. 성적은 물론, '내부 육성'을 통한 옥석 가리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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