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감독님, 근데 왜 오늘은 이대형 선수 안 나온 겁니까?"
지난 22일 LG와 SK의 경기가 끝난 직후 잠실구장의 LG 덕아웃 바로 위 관중석에서 '김기태 최고'를 외치던 한 무리의 관중이 김기태 감독에게 물어본 말이다.
이날 LG는 5-2로 SK를 꺾었고, 승리에 신난 LG팬이 신임 감독에 대한 애정(?)을 담아 덕아웃을 향해 소리를 지른 것이다. 김 감독은 친절히 "오늘은 다른 선수를 시험해 보려고 이대형 선수를 뺐습니다"라며 관중석을 향해 고개를 들어 대답해줬다.
이어진 "내일은 (이대형이) 나오는 거죠?"라는 질문에 김 감독은 "아마 내일은 나올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23일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돼 이대형의 활약을 볼 순 없었지만, 관중들과 김 감독의 대화에는 LG에서 차지하는 이대형의 비중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대형은 LG 부동의 톱타자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는 4년 연속 50도루 이상을 기록하며 도루왕을 독식했다. 이대형이 출루해 상대 배터리와 내야를 휘저어주면 LG 공격력에는 큰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전력 외적으로도 이대형은 잘 생긴 외모와 날렵한 몸매, 여기에 실력까지 갖춰 많은 팬들을 몰고 다닌다.
지난 시즌 LG는 이대형의 부상 이탈을 기점으로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이대형이 비운 톱타자 자리에 양영동, 이택근, 정성훈 등 다양한 카드를 활용해 봤지만 이대형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중견수 수비도 이대형을 대신할 선수가 마땅하지 않다.
지난해 부상으로 제 몫을 하지 못했던 이대형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변신을 시도했다. 새로 부임한 김무관 타격코치의 지도 아래 타격 폼에 변화를 준 것이다. 고무 튜브를 몸에 묶어놓고 타격 훈련을 하면서 타격 시 팔이 위로 들리는 것과 몸이 앞으로 쏠리는 습관을 교정했다.
시범경기에서 그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4차례의 시범경기 출전에서 이대형은 13타수 5안타 타율 3할8푼5리에 4타점 4득점을 기록 중이다. 기존 고유 임무였던 득점은 물론, 득점권에서 주자를 불러들이며 타점까지 적잖이 올리고 있다.
김무관 코치는 이대형에 대해 "연습에서 보여주는 타구의 반만 경기에서 나와도 정말 좋은 타자가 될 것"이라며 "지금은 연습의 10%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깜짝 놀랄 만한 타구가 몇 개씩 나온다는 것이다. 시즌을 치르면서 점점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대형은 빠른 발을 이용해 평범한 땅볼을 내야 안타로 둔갑시키는 재주는 있었지만 정확도와는 거리가 먼 타자였다. 프로 데뷔 이후 9년 간 3할 타율을 기록한 시즌이 2007년(3할8리) 딱 한 번이었다. 그럼에도 이대형이 LG에서 부동의 톱타자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빠른 발'이었다.
타격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시도는 매년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김무관 코치의 도움을 받아 예년보다 훨씬 공을 들이고 있다. 정교해진 '슈퍼소닉'은 LG에 더욱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올 시즌 이대형의 방망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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