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거푸 대패를 당한 전북 현대를 다시 일으키기 위한 이흥실 감독대행의 치열한 고민이 시작됐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올랐던 전북은 올해 호된 출발을 하고 있다. 조별예선에서 광저우 헝다(중국), 가시와 레이솔(일본)에 잇따라 1-5로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K리그에서는 전북이 2승1무로 순항중이기에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불안한 행보는 더욱 대비가 됐다. 서서히 이 대행의 지휘 스타일이 묻어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챔피언스리그의 졸전은 K리그의 성적을 덮어버리고 있다.
일부 팬들은 이 대행의 능력 부족을 지적하며 때이른 사퇴까지 거론하고 있다. 특히 가시와전에서 원정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닥공(닥치고 공격)'이 아닌 지연 공격이라는,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하다 크게 패하며 상처를 입은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한 골 먹으면 두 골 넣는 전북다운 플레이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이유가 컸다.
올 시즌 이 대행은 전임 최강희 감독이 추구했던 닥공에서 패스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닥공2를 예고했다. 왼쪽 풀백이었던 박원재를 측면 미드필더로 끌어올리는 강수를 던지며 조금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여전한 최 감독의 큰 그림자는 이 대행의 추진력에 제동을 거는 묘한 상황이 됐다. 지난 2005년 여름부터 최 감독을 보좌하며 닥공의 공격 전술을 가다듬은 이가 바로 이 대행이기에 더욱 속이 탄다. 팬들은 최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의 닥공에 사로잡혀 있다. 초보 사령탑 이 대행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시와전에서 플랫3에 기반을 둔 수비적인 깜짝 전술을 편 이면에는 닥공의 출발점인 중앙 수비진의 붕괴가 있었다. 수비 리더 조성환이 광저우전에서 장린펑의 비신사적인 발길질에 꼬리뼈 골절 부상을 입었고, 임유환도 코뼈 골절로 수술대에 올랐다.
게다가 K리그 2라운드 대전 시티즌전에서는 심우연이 갈비뼈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전북의 수비진은 무장해제가 됐다. 중앙 수비와 중앙 미드필더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손승준이 중국 슈퍼리그에 진출하면서 주전급 수비수로 남은 자원은 이강진이 유일했다.
노련한 김상식도 자주 중앙 수비로 내려와 역할을 수행하지만 서른일곱의 적잖은 나이는 일주일 두 경기를 풀로 뛰기에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 중앙 수비수로 처지면서 체력 소모가 더욱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포지션의 연쇄이동이 불가피해졌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려던 김정우가 제자리를 못 잡는 상황으로 연결됐다. 시즌 시작 전 부상을 당했던 김정우의 조기 출전 의욕을 막지 못한 것도 여러 가지로 상황이 꼬이게 된 한 원인이 됐다.
전북 관계자는 "코칭스태프 중 가장 공격적인 스타일을 원하는 사람이 이 대행이다. 올해 목표가 속도를 끌어올리는 공격의 업그레이드인데 예상치 못한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다양한 핸디캡이 작용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속을 태웠다.
이흥실 대행이 넘어야 할 산은 더욱 높아졌다. 약체로 분류됐던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가 2연승으로 돌풍을 일으켜 쉬운 상대는 없는 상태다. 챔피언스리그 예선 나머지 4경기에 대한 전략을 달리 가져갈 수밖에 없다.
당장 4월 4일 부리람전 원정 선수단을 꾸리는 일부터 큰 짐이 됐다. 이동에만 하루 가까이 걸리는 힘든 일정이라 고심을 거듭해야 한다. 가시와와 광저우가 1승1패 상태에서 맞대결을 하기 때문에 전북이 가능성을 되찾으려면 부리람전은 무조건 이겨놓고 봐야 한다. 올해 스플릿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K리그 일정도 빡빡해 소홀히 하기도 어렵다. 달리 보면 이제부터 이 대행의 진짜 지도 능력을 검증하는 상황으로 돌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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