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프로축구 수원 삼성은 모기업 삼성그룹의 1등주의와 함께 한다. 차범근 감독 재임 시절 한때 이름값에 상관없이 선수를 기용하는 듯했지만 이내 돌아섰다. 최고의 선수가 최상의 플레이와 경기를 만든다는 생각을 이어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수원의 1등주의는 초반부터 빛을 내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와의 개막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에벨톤C는 염기훈의 공백을 메우며 K리그에 안착하고 있다. 브라질 출신의 에벨톤C는 멕시코 리그 정상급 선수로 스카우트가 3개월 동안 현지에 체류하며 고심끝에 고른 자원이었다.
에벨톤C는 괌 전지훈련에서 K리그식 강한 체력훈련에 낙오해 실망을 안겨주는 듯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해 뚜껑을 열자 개인기를 앞세운 현란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성남 일화에서 영입한 공격수 라돈치치와 조동건도 마찬가지. 라돈치치는 K리그에서 197경기에 나서 54골을 터뜨린 검증된 공격수다. 조동건은 부상으로 고생을 했지만 윤성효 감독이 기대하는 카드로 겨우내 땀을 흘렸다.
이들 세 명은 1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강원FC와 3라운드에 선발 출전했다. 에벨톤C는 패스의 중요 길목에서 화려한 드리블과 배급을 맡았다. 조동건과 라돈치치는 투톱으로 나서 강원 수비를 무너트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조동건은 수원 이적 후 첫 선발 출전이라는 기쁨을 얻었다. 대신 그의 경쟁자인 2007년 신인왕 출신 하태균은 벤치로 물러났다.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숱한 이적설에 시달렸던 그는 두 경기 선발로 나섰지만 골을 기록하지 못하며 조동건에 밀렸다.
윤성효 감독은 둘의 희비가 교차한 데 대해 "조동건의 컨디션이 괜찮은 것 같다"라며 "두 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하면 교체 명단으로 넣어야 되지 않겠느냐"라고 뼈있는 말을 내뱉었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가차없이 주전에서 제외시키겠다는 의지다.
대신 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에 나서 두 골을 터뜨린 라돈치치에 대한 대우는 확실했다. 라돈치치는 이날 강원전에도 선발로 나섰다. 윤 감독은 "매 경기가 결승전이고 초반에 승점을 많이 챙겨야 한다"라며 확실한 골잡이는 계속 중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수원의 전략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라돈치치는 전반 28분 이용래의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 넣으며 두 경기 연속골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게으름을 피우면 수원에서 주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윤 감독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았던 것이다.
후반 29분에도 라돈치치는 한 골을 추가했다. 조동건의 패스를 받아 수비 사이로 절묘하게 파고들며 또 골맛을 봤다. 오직 실력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윤 감독의 묘수는 후반 33분에 한 번 더 통했다. 1분 전 에벨톤C 대신 교체돼 들어간 하태균이 경쟁자 조동건의 패스를 받아 골망을 흔들었다. 윤 감독에게 '하태균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무언의 시위였다.
이들 덕분에 수원은 3-0으로 승리하며 창단 첫 개막 3연승을 내달렸다. 동시에 무실점 연승이라는 소득까지 얻으며 리그 1위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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