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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임태훈'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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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기자] 두산 베어스 임태훈(23)은 올 시즌 선발 투수로 전업했다. 지난 2010년 시즌 도중 선발로 뛴 적이 있지만 풀타임 선발투수로 변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선발투수는 오랜 꿈이었다"며 활짝 웃었다. 임태훈은 지난 2007년 드래프트 1라운드로 지명된 뒤 계약금 4억2천만원에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데뷔 초부터 구단이 점찍은 차세대 마무리였다. 그러나 김진욱 감독은 '선발 투수' 임태훈의 가능성에 더 높은 점수를 줬고, 이번 겨울 보직 변경을 지시했다. 지난해 10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임태훈은 막바지 재활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불펜피칭과 아이싱까지 마친 임태훈을 12일 오후 잠실구장 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두산 관계자들은 "거의 1년만에 하는 정식 인터뷰"라고 귀띔했다. 사적인 질문은 배제하기로 합의했다. 임태훈은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목청을 높이며 자신의 야구관을 뚜렷하게 밝혔다.

◆다음은 임태훈과의 일문일답

-불펜 피칭 때 공이 좋았다. '역시 임태훈'이라는 소리가 들리더라

"팔꿈치 수술에서 회복돼 가는 과정이다. 아직 80% 정도 힘으로만 던지고 있다. 오프 시즌 들어 가장 많은 공을 던졌다. 세어보니 모두 105개였다."

-수술 후유증은 없나

"팔 상태는 거의 회복됐다. 다만 속살이 아물지 않아 공을 던질 때 미세한 통증이 느껴졌다. 계속 던지다보니 서서히 사라지더라. 수술 부위가 아물면 통증도 없어진다. 가끔 공이 엉뚱한 곳으로 빠지는 데, 아직 제대로 공을 눌러서 던지질 못하기 때문이다. 곧 좋아질 거다."

-몸상태가 좋아 보인다

"전체적인 컨디션은 한창 좋았을 때의 70% 정도다. 팔만 놓고 보자면 80%다. 사실 수술 전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그러면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효과가 확실히 있더라."

-복귀 속도도 빨라지겠다

"이번이 10번째 불펜피칭이다. 일본에선 70개를 던진 게 가장 많았다. 개인적으로 페이스를 더 끌어올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김진욱 감독님과 정명원 코치님이 무리하지 말라고 만류하셨다. 무척 답답했는데 결과적으로 그 분들 말씀이 맞는 것 같다."

-풀타임 선발로 나서게 됐는데

"2010년 중반에 선발로 뛰어봤지만 결과가 신통치는 않았다. 이번에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착실하게 준비하는 만큼 달라질 것이다."

-구체적인 준비 작업도 달라지겠다

"오프시즌에는 선발투수와 불펜투수가 특별히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시즌 들어가면 준비 작업이 달라진다. 구원 투수는 약한 웨이트와 단거리 러닝에 집중한다. 짧은 이닝 동안 모든 걸 쏟아부워야 한다. '하루살이'나 마찬가지다(웃음). 선발투수는 반대다. 던진 다음날 장거리 러닝으로 몸을 풀고, 웨이트를 부위별로 해줄 수도 있다. 한 번 오래 던지는 대신 준비기간이 4일이나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칭스태프와 상의하며 나에게 맞는 훈련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풀시즌을 치러봐야 확실히 내게 적합한 스케줄이 생길 것 같다."

-직구에 비해 변화구 제구가 아직은 불안한 모습이었다

"직구,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 서클체인지업을 모두 시험해봤다. 사실 작년 한 시즌을 쉬다시피 했다. 팔꿈치 수술 후 5∼6개월만의 피칭이다. 그래서인지 변화구 던지는 궤적을 잊은 것 같다. 사실 지금은 직구를 더 잡아야 하는 시기다. 직구 포인트가 잡히면 변화구도 금방 제대로 던질 수 있다. 변화구를 먼저 던지다간 팔이 처질 가능성이 있다. 시범경기가 끝나기 전에 다 정상으로 돌아올 거다."

-구원투수만 5년을 했다

"요즘은 중간계투를 높이 쳐주는 분위기이지만 사실 구원 투수들에 대한 대접은 선발만 못한 게 사실이다(이 대목에서 임태훈은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 야구 현실이 그렇다. 내가 35살이고 계속 중간계투라고 치자. 패전처리로 전락하면 갈 데가 없다. 2군 밖에 없다. 반대로 선발투수는 롱런이 가능하다. 선발투수는 구위가 떨어져도 불펜에서 던질 수 있지 않나."

-선발도 쉽지만은 않다

"그렇다. 선발투수는 정신적으로 더 괴롭다. 등판해서 제대로 던지지 못하면 아주 힘들어진다. 선발 투수는 한 시즌에 30경기 정도 등판이 가능하다. 중간계투는 50∼70경기다. 불펜에선 한 번 못해도 곧바로 만회할 기회가 많다. 반면 선발 투수는 한 번 망치면 4일간 이런저런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귀가 얇으면 주위의 비난에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위치다. 그렇지만 선발 투수는 내 꿈이었다. 그간 내색은 못했지만 속으로는 선발을 하고 싶었다. 참 오래 기다렸다(웃음)."

-뻔한 질문이지만 올해 뭘 하고 싶은가

"우선 팀 우승에 도움이 되고 싶다. 개인적으론 좋은 방어율(평균자책점)과 승수를 올리고 싶다."

-구체적인 수치를 댄다면

"12승과 3점대 초반 이하의 평균자책점이 목표다. 또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는 이닝이터도 되고 싶다. 중간계투를 해봐서 잘 안다. 선발이 흔들리면 중간이 힘들다. 불펜 투수들의 체력 비축을 위해서라도 한 번 등판하면 7회까지는 책임지고 싶다."

-10승처럼 딱 떨어지는 숫자가 아니다. 굳이 12승인 이유가 있나

"보통 10승을 목표로 삼으면 9승을 올린 뒤 숫자에 현혹될 수 있다. 1승을 빨리 추가하려는 욕심에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목표 수치를 어중간하게 잡으면 마음 편히 던지다가 자신도 모르게 승수를 쌓을 것 아닌가. 9승을 하다가 10승, 또 이기면 11승이 되는 식이다. 10승에 맞추면 조급해지기 쉽다. 물론 사람들에겐 (12승이라는 수치가) 욕심이 많아 보일 것이다(웃음)."

-김진욱 감독의 기대가 꽤 크다

"나에겐 남다른 분이다. 두산과 계약한 2006년 겨울 해외 교육리그에 참가했다. 그때 김진욱 당시 코치님이 동행하셨다. 그때부터 나를 지켜봐 온, 나를 가장 잘 아는 분이다. 투구리듬은 물론, 좋았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점을 세세히 파악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분이다. 웬만하면 내 스타일을 믿어주신다. 사실 다른 감독님이었다면 이번 겨울 재활 페이스도 내 주장을 고집했을 거다. 감독님께 당신이 생각하는 임태훈을 보여드리고 싶다."

-입단 동기 이용찬과 라이벌 관계가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전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보고 있다는 걸 안다. 용찬이와 이 점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게 싫다. '네가 잘해? 그럼 내가 더 잘하면 되지'라는 생각 뿐이다. 상대방이 못하길 바라는 마음은 전혀 없다. 상대가 잘 하면서 나도 그보다 더 잘하자는 마음, 이건 라이벌 의식이 아니다. 선의의 경쟁이랄까. 친구의 좋은 점은 나도 배우고 싶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내 라이벌은 나 혼자 뿐이다."

-닮고 싶은 롤모델이 있나

"우리팀 (김)선우 선배다. 야구 선수로서는 물론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귀감이 되는 선배다. 항상 후배들을 챙기고 감싸 안는다. 잘못할 때는 혼도 내지만 챙겨줄 때가 더 많다. 내가 나중에 하고 싶은 걸 선우 형이 먼저 하고 있다."

-어떤 투수가 되고 싶나. 요새는 구원투수는 오승환, 선발투수는 윤석민이 대세다

"어렸을 때부터 한결 같다. 나만의 컬러가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 '임태훈' 하면 딱 떠오르는 투수, 조계현 코치님이 팔색조라는 별명을 얻으셨듯이 말이다. 특별히 누구처럼 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른 누구'가 아닌 임태훈, 나 자신이 될 것이다. '제2의 누구'가 되는 건 그 선을 뛰어 넘을 수 없다는 뜻이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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