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야구의 SK'로 통하는 성균관대는 지난해 7월 대통령기 패권을 차지하며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짜임새 있는 수비와 짠물 피칭을 앞세워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아온 성균관대는 이전까지 다섯 대회 연속 결승전 패배라는 ‘징크스’에 빠져 있었다.
중앙대를 맞아 초반 고전하며 석 점 차 리드을 당하는 등 ‘이번에도 역시’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6회 주장 윤여운(포수, 현 롯데)의 투런포를 시작으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 8-7 극적인 역전승을 이뤄냈다. 우승보다 경기를 이겼다는 것에 선수들은 더 기뻐했다. 이후 시즌 마지막 대회인 전국체전에서는 정태승(좌완, 현 롯데)의 호투에 힘입어 경기도에 금메달을 안겨주기도 했다. 전국대회 2관왕. 여전히 대학최강임을 입증했다.
◆ 냉정한 잣대가 전력 유지의 비결
노진혁(유격수.현 NC) 박정음(외야수.현 넥센) 윤여운 등 주축선수들이 졸업했으나 성균관대는 여전히 우승 후보로 손꼽힌다. 매년 큰 전력누수를 보이지 않는 건 이연수 감독이 추구하는 선수기용에서 찾을 수 있다. 1학년이라도 경쟁력이 있다 싶으면 과감히 주전 자리에 앉힌다. 무조건 고학년을 배려하기 보단 내부 경쟁으로 주전이 정해진다.
올해 4학년에 진학한 선수는 총 8명. 투수 4명 야수 4명으로 꾸려져 있는데 1~2년 전과 비교하면 그다지 눈에 띄는 선수는 없는 편이다. 하지만 상원고 출신으로 지난해 신입생답지 않은 배짱투구로 힘을 보탠 조무근(2학년, 우완) 클린업 타선의 한 자리를 꿰찰 광주일고 출신 김요셉(2학년, 외야수) 공수에서 미래의 야전사령관으로 손꼽히는 박지규(2학년, 유격수) 등 똘똘한 후배들이 뒤를 받치고 있어 여전히 정상에 설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팀으로 평가되고 있다.
◆ 임정호를 주축으로 벌떼작전으로 나설 마운드
올 시즌 성균관대의 마운드는 좌완 임정호가 중심이다. 189㎝ 90㎏으로 다부진 체격을 가진 그는 올 드래프트에 나설 대졸 왼손 투수 중 최장신에 속한다. 신일고 시절부터 존재감을 보였던 그는 대학에서도 꾸준히 실력을 키워갔다. 2학년 땐 이희성(좌완)-이경우(우완)의 뒤를 받치며 13경기(총55.2이닝)에서 평균자책점 1.77대의 낮은 방어율로 무패(6승)를 기록했으며 작년엔 19경기에서 총 86.1이닝을 던져 6승 2패(방어율3.03)의 성적을 남겼다.
전년에 비해 다소 부진했던 이유는 어깨부상으로 동계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고구속은 140㎞ 초반대를 기록한 바 있으나 평균 130km대 후반부의 속구를 보유하고 있는 그는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활용한다. "내 스스로 흥분하는 것"이 자신의 최대 단점이라고 밝힌 그는 위기상황 대처 능력 보완과 볼넷 비율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작년에 비해 체중을 5㎏ 늘렸다. 또 대만 전지훈련 기간 부상없이 훈련에 참가했다. 작년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매년 해왔던 우승을 올해만큼은 내 손으로 이루고 싶다. 라이벌이라고 딱히 정해 놓은 좌투수는 없다. 내가 보기엔 다 잘 하는 것 같다. 내 자신과의 싸움에 집중할 뿐이다."
대구고시절 최고구속 146㎞까지 찍었던 김건우(우완)는 고3 첫 대회에서 허리부상을 당해 에이스 자리를 정인욱(우완, 현 삼성)에게 넘겨줘야 했다. "당시 나를 대신했던 (정)인욱이가 너무 고마웠다. 팀이 필요로 할 때 해 주는 것이 진짜 에이스가 아닌가? 속상하기 보단 자랑스러웠다." 뒤늦게 투수로 전향한 정인욱의 깜짝 호투에 힘입어 청룡기와 봉황대기 정상에 서며 2관왕에 오른 대구고의 성적은 그에게 큰 자부심을 안겨줬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긴 시간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폼이 무너졌고 밸런스도 잃으면서 2년간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186㎝ 8㎏의 좋은 신체조건과 고교시절 초특급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김건우는 지난해 겨우 마운드에 섰다. 총 3경기(10.1이닝)에 등판, 2승 방어율 1.80을 기록했다. “여전히 고교 때의 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윤석민,송은범 선수처럼 꾸준한 성적을 내는 투수가 되고 싶다. 더 이상 기회가 없는 만큼 올해는 많이 등판해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
작년 초까지 오버스로우로 던졌던 윤건(사이드암)은 폼을 바꿔 옆구리 투수로 변신했다. 구속 차이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또 하나는 이번 드래프트에 나설 고교·대학 투수 중 우완정통파가 많다는 점도 전향을 결심한 배경이다. 군산 출신으로 유신고를 졸업한 그는 130㎞대 중반의 빠른 볼을 구사하며 커브 슬라이더 투심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갖췄으나 마운드에 설 기회를 잡지 못했다. 작년에도 단 한 게임에 잠깐 등판했을 뿐이다. "작년부터는 던졌어야 했는데 허리가 아파 쉬었다. 대학 생활 동안 많이 등판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제발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원고 출신 김민찬(우완)은 178㎝ 75㎏으로 기교파투수에 속한다. 역시 저학년 시절엔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 지난 시즌 초반 3개 대회 연속 등판 8경기(27.1이닝)에서 5승 1패 방어율 2.33을 기록, 팀 성적에 기여하는 짜릿함을 맛봤다. "1∼2학년 때부터 잘했어야 했는데 허송세월을 보냈다. 무조건 선배들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안일하게 보낸 것이 후회된다." 스피드는 빠른 편이 아니지만 제구력만큼은 자신 있다는 그는 지명에 대한 기대감은 드러내며 후회 없는 한 시즌을 보내고 싶다고 이를 악물었다.
◆ 성대 특유의 근성, 올해도 예외 없다
지난해 팀의 결승전 패배 악몽을 떨치는 데 큰 활약을 했던 구본욱(4학년, 3루수)은 올해 주장 완장을 찼다. 183㎝ 85㎏의 우투우타로 경북고 시절 이미 4번 타자로 활약하며 거포 본능을 보여준 바 있다. 고교 시절 동기 김상수(유격수, 현 삼성)에게 가려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를 받았으나 대학 진학 후 꾸준히 파워를 향상시켰고 수비력에 있어서도 인정을 받으며 대졸 3루수 중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 때를 돌아보면 지금도 아쉬움이 크다. 억대 연봉을 받고 주전 유격수로 자리 잡은 (김)상수를 따라가기 위해선 몇 배 더 많은 노력이 필수인 것 같다. 남은 1년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타율에 비해 타점의 비율이 높은 구본욱은 우승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목표까지 이뤄내 웃으며 2012년을 마감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동성고출신 고영우(4학년, 2루수)는 1학년 때부터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며 실력을 키웠고 지난해엔 3할1푼5리(89타수 28안타) 14타점 10도루를 기록했다. "방망이는 힘이 떨어지는 편이고 컨택능력도 부족하다. 이용규처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근성을 보여주겠다. 출루율을 높이고 자주 도루를 시도하면서 내 빠른 발을 보여주겠다." 184㎝ 80㎏의 우투좌타 고영우는 같은 포지션 라이벌로 동국대 임종혁을 손꼽고 있다. "나와 비슷한 성향이다. 주자 플레이 능력이나 도루, 또 수비까지 엇비슷한 느낌이다. 결국 타격에서 승부가 날 것 같다. (임)종혁이보다 높은 순번을 받고 싶다(웃음)."
박태균(4학년.좌익수)은 2년 선배로 한화에서 뛰고 있는 이상훈(외야수)과 비슷한 분위기를 보이는 선수다. 물론 178㎝ 82㎏으로 한 뼘 정도 더 크고 우투좌타라는 점이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다부진 느낌이 닮았다. 신일고 시절 마운드에 섰던 경험이 있는 만큼 강한 어깨와 정확한 송구가 장점. 신입생 시절부터 게임에 나설 만큼 그는 이연수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에 잘 어울리는 근성과 성실함을 보인다.
유원상(투수, LG), 유민상(내야수, 두산)의 사촌 유재상(4학년, 포수)은 부천고 졸업 후 강릉영동대를 거쳐 지난해 편입한 선수다. 이미 2010 신인드래프트에서 한화 9라운드 전체 68번을 받았지만 그는 성균관대를 선택했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실력을 끌어올리고 싶었다. 대학생활을 좀 더 하고 싶었다." 지난해엔 윤여운(현, 롯데)이 버티고 있어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으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최강 성균관대 안방마님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180㎝ 80㎏의 우투우타 유재상은 공격적으로 투수를 리드하며 정확한 송구와 도루저지능력이 장점이다. 하지만 블로킹은 좀 더 가다듬어야 한다. "야구시작 한 이래 지난해 처음 팀 우승을 경험했다. 올해는 내 손으로 우승을 이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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