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타자 전향 성공 사례가 될 것인가.
롯데 김대우는 요즘 방망이와 씨름이 한창이다. 가고시마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그는 타격 자세 수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항상 줄로 양 팔을 묶은 채 배팅을 한다. 불편하기 이를 데 없지만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1984년생인 김대우는 대성초-무등중-광주제일고-고려대를 거쳐 롯데에 입단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그는 우완 투수(우투좌타)였다. 광주제일고 3학년 시절인 2003년, 2차 1순위로 롯데에 지명을 받았지만, 고려대 진학 후 상무와 대만리그에 진출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고 돌고돌아 2008년 롯데에 안착했다.
그런데 롯데에서의 투수생활도 녹록지 않았다.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도 있었다.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5타자 연속 볼넷이라는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2009년 4월25일 1군 데뷔전인 사직 LG전에서 김대우는 5명의 타자를 줄줄이 볼넷으로 내보냈고, 결국 그대로 강판됐다. 이후 김대우는 딱히 눈길을 끌지 못하면서 팬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그런 김대우가 2012년 롯데의 스프링캠프에서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손에 든 것은 글러브가 아닌 배트. 타자로 전향한 김대우는 박정태 타격 코치의 엄한 지도 하에 쉴틈없이 배트를 돌리면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롯데 내부에서도 그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이문한 운영부장은 "힘 하나는 진짜다. 이제 타자를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잘해내면 정말 큰 선수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아직까지는 부족한 것 투성이다. 타격자세를 고정하기 위해 줄을 묶어야 할 정도로 시작 단계이지만 의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김대우에게 타자는 야구 인생을 건 마지막 모험이다. 속마음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대우와의 일문일답
-타자전향은 언제부터
"지난해 7월말 타자로 전향하기로 했다. 투수를 하면서 예전의 밸런스를 찾지 못했다. 고교시절이나 상무에서 잘 던졌던 그 밸런스를 찾기가 어려웠다. 나이도 있고 잦은 부상도 있었다. 그래서 '이대로는 밑도 끝도 없겠다'고 생각했고, 주변에서 타자전향에 대해 말들을 많이 하셨다."
-타자로 경기에 나가 본 적은 있는지
"지난해 2군 경기에 출장했다. 3할5리 정도 기록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지난 2월29일 두산전에서는 연습경기 첫 안타를 비롯해 3안타 1도루까지 기록했는데
"(웃음) 운이 좋았다. 큰 의미는 없다."
-그때 도루를 한 차례는 성공했고, 한 차례는 실패했다. 큰 덩치인데 생각보다 빨라서 놀랐다.
"도루는 할 수 있는데, 이대형이나 김주찬만큼은 못할 것 같다. 굳이 말하자면 전준우 스타일이라고 할까."
-요즘 타격 훈련 방식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서 세부적인 부분부터 연습하고 있다. 타격도 체계가 있다. 사실 대학 때까지 투수도 하고 타자도 했는데, 상무 이후로는 배트를 잡은 적이 없다. 22살 때부터 안 쳤으니. 8년 만에 다시 하게 된 셈이다. 기본기 위주로 박정태 코치님한테 교육받고 있다. 또 연습경기에 나가면서 스윙 감각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타격 자체가 어색하지는 않은지
"부자연스럽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괜찮다. 다만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치는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 그 타이밍을 어떻게, 얼마만큼 느끼고 잡을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목표는
"백업 1루수를 노리고 있다. 솔직히 팀 우승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내 상황에서 우승을 목표로 말하기가 주제 넘지 않은가. 백업선수로 시작해 1군에서 계속 뛰고 싶다. 그러면서 가능하면 20(홈런)-20(도루)을 달성하고 싶다. 롯데에서 20-20을 달성한 선수가 아직 없다고 알고 있다. 또 내가 신기록 투수가 아닌가(웃음)."
-신기록이라고 하면
"5연속 볼넷이다. 당시 내 자신에게 정말 화가 많이 났다. 2군에서 그렇게 잘던졌고, 1군에서 어느 정도 통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화가 많이 났었다."
-향후 박종윤과 라이벌이 되겠다.
"그럴까? 그런데 지금은 종윤이 형이 정말 잘 챙겨준다. 타격이야 코치님이 계시지만, 1루 수비에 대해서는 많이 가르쳐준다. 워낙 사람이 좋다. 아직 형은 나를 경쟁자로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웃음)."
-올해 연봉은
"부끄럽지만 최저연봉(2,400만원)이다. 올해에는 꼭 올려 받겠다"
-타자로서 첫 스프링캠프다. 이제 막바지인데, 되돌아본다면
"타자로서 공도 많이 치고 발로도 많이 뛰었다. 8년 만에 다시 방망이를 잡아 나만의 타격자세를 찾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 캠프에서 타자로만 노력하다보니 조금씩 익숙해지고 나만의 타격폼을 찾는 기간이 짧아질 것 같다. 타격이 몸에 익었다는 점에서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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