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출전 명단에 들어가고 싶다면 가위·바위·보라도 시킬까요?"
'닥공(닥치고 공격)' 시즌2를 내세운 전북 현대의 출발이 예사롭지 않다. 각 포지션에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최적의 정예 선수들로 꽉 짜였다. 교체 명단에 들기 위한 경쟁조차 뜨거울 정도다.
전북은 지난 3일 '신공(신나는 공격)'을 앞세운 성남 일화의 거침없는 공격에 무너지지 않고 시즌 개막전을 3-2로 승리하며 정상 지키기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이날 성남전에는 거액을 주고 영입한 김정우가 부상으로 결장했다. 칠레 국가대표 출신 용병 드로겟도 몸이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아 개막전을 걸렀다. 일본에서 돌아온 수비수 이강진은 전광판을 통해서만 관중에게 인사했다.
이들이 빠졌지만 전북 선발진의 안정감은 충분했다. 오히려 교체 명단에 포함된 이들의 경쟁이 볼 만했다. 지난해 주전 중앙 수비수였던 심우연을 비롯해 수비형 미드필더 정훈과 공격진의 이승현, 정성훈, 김동찬 등 타 구단에서라면 주전급으로 나설 자원들이 경남FC에서 영입한 윙어 서상민과 함께 벤치에 앉아 출전을 기다렸다.
이들 중 경기의 흐름에 따라 이승현, 김동찬, 정성훈이 차례로 교체돼 들어갔다. 성남의 수비진이 지칠 때 투입된 이들은 공간을 깨는 쉼없는 움직임을 보여주며 교란했고 37분 정성훈이 얻어낸 파울을 에닝요가 프리킥 결승골로 연결시키며 결실을 맺었다.
오는 17일 3라운드에서 전북과 만나게 되는 전남 드래곤즈 정해성 감독은 이날 직접 전주구장을 찾았다. 정 감독은 전북의 명단을 살핀 뒤 "전북 교체 선수가 대단하다. 다 주전급 아니냐"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흥실 감독대행(이하 감독)은 11일 대전 시티즌과 2라운드에는 김정우와 드로겟을 투입할 생각이다. 이 경우 성남전 명단에 들었던 선수 중 2명은 벤치에서도 밀려나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전해야 한다. 피 말리는 팀내 생존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대기명단을 포함해 18명의 출전 명단을 짜는데 고민이 가득하겠다는 지적을 하자 이 감독은 웃으면서 "가위·바위·보라도 시켜야겠다. 아니면 훈련 끝나고 골대 맞히기로 누구의 컨디션이 가장 좋은지 확인해야겠다"라며 농담으로 행복한 고민을 표현했다.
전북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정규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한다. 더블스쿼드 구축으로 재미를 봤던 지난해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심산이다. 개막전부터 시작된 주전 경쟁이 더욱 불을 뿜게 됐다. 이 감독으로서는 매 경기 고뇌의 선택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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