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축구에서 '빅 앤 스몰' 투톱 조합은 가장 강력한 공격 조합 중 하나로 꼽힌다.
제공권이 강한 장신의 공격수와 빠르고 활동량이 많은 단신의 공격수가 서로의 장점을 살리며 또 서로의 단점을 커버하며 함께 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전 세계 축구에서도 역사적으로 전설을 남긴 수많은 '빅 앤 스몰' 투톱이 존재하는 만큼 잘 짜인 '빅 앤 스몰' 조합의 파괴력은 크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무조건 장신과 단신 공격수를 붙여놓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빅 앤 스몰' 조합은 성공사례만큼이나 실패사례도 많다. 장신 공격수와 단신 공격수의 장단점이 서로 효율적으로 맞아 떨어질 때 파괴력 있는 '빅 앤 스몰'이 등장한다.
K리그에 첫 등장부터 심상치 않은 '빅 앤 스몰' 투톱 조합이 나타났다. 이들은 큰 기대감을 받으며 세상에 처음 공개됐고 역시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그들은 너무나 위협적이었다. 이들은 첫 등장에서부터 '빅 앤 스몰' 조합의 정석을 보여줬다.
울산 현대의 177cm 이근호(27)와 196cm 김신욱(24) 투톱이다. 최근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이들의 활약상을 지켜본 팬들은 울산에서 맞출 둘의 조합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 기대감은 단 한 경기로 느낌표로 바뀌었다.
3일 포항스틸야드에서 펼쳐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개막전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이근호와 김신욱은 나란히 선발 출전하며 발을 맞췄다. 이들의 움직임은 '빅 앤 스몰' 조합 정석 그대로였다.
이근호가 좌, 우 가리지 않고 많은 활동량을 보이며 상대를 흔들었다. 김신욱은 가운데 위치해 자리를 잡았다. 사이드에서 이근호는 김신욱을 향해 연신 패스를 찔러넣었다.
이근호가 가운데로 향하면 김신욱은 장신을 이용해 세컨드 볼을 이근호에게 넘겼다. 또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이근호는 김신욱 주변을 맴돌며 다음 동작을 준비했다. 이 두 명의 공격수들은 톱니바퀴가 맞춰 돌아가듯 딱딱 들어맞는 조직력을 선보였다.
두 선수의 잘 짜인 움직임에 포항의 수비수들은 틈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근호가 볼을 잡으면 김신욱에 공간이 생기고, 김신욱에 공이 집중되면 이근호가 자유로운 상태가 됐다. 울산의 결승골은 김신욱의 발에서 터졌다. 전반 종료 직전 문전혼전 상황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울산의 1-0 승리.
경기 후 여기저기서 이근호-김신욱 '빅 앤 스몰' 조합에 대한 탄성이 터졌다.
시작은 김호곤 울산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이근호-김신욱 투톱은 환상적인 조합이다. '빅 앤 스몰' 조합으로 이상적이다. 이근호의 움직임과 김신욱의 제공권이 서로의 공간을 만들어준다. 한국 축구에서 이 두 스트라이커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황선홍 포항 감독 역시 이 '빅 앤 스몰' 콤비의 위력을 인정했다. 황 감독은 "이근호-김신욱 조합을 경계해야 한다. 이근호의 움직임이 날카롭다.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움직임, 공간 창출 능력이 뛰어나다. 또 김신욱은 제공권이 있다. 이 두 선수 봉쇄가 관건이다. K리그 모든 클럽들이 경계할 것"이라며 이들을 막아내지 못한 아쉬움을 전했다.
이근호와 김신욱도 서로간 호흡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근호와 김신욱은 한 목소리로 콤비 플레이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근호는 "토종 빅 앤 스몰 조합 중에서는 나와 (김)신욱이 만한 조합이 없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며 자긍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강한 수비를 바탕으로 '철퇴축구'를 완성하며 준우승을 차지한 울산. 여기에 K리그 최강 '빅 앤 스몰' 투톱이라는 날개가 달렸다. 가히 올 시즌 울산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로 평가받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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