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고창성(두산)은 여전히 배고프다.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몸상태가 아닌 탓이다. 김진욱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가 '호조의 컨디션'이라고 칭찬하고 있지만 고창성 스스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최고의 피칭감각을 되찾을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창성은 2009 시즌 64경기(74이닝)서 16홀드 평균자책점 1.95를 기록하면서 두산 필승불펜조의 일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2010년에도 73경기(82이닝) 22홀드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하면서 나름 제 몫을 해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연이은 부진으로 고개를 떨궜다. 제구 난조에 구위 자체가 하락하면서 얻어맞는 일이 잦았고, 그 결과 성적도 51경기(50.2이닝) 14홀드 평균자책점 4.44로 아쉬움을 남겼다.
일본 가고시마서 진행 중인 두산의 2차 스프링캠프에서 고창성은 다른 투수들보다 몸상태를 빨리 끌어올리면서 김진욱 감독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 주전 투수들의 부상 상황으로 인해 마운드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고창성의 구위회복은 김 감독에게 그나마 위안거리인 셈이다.
하지만 정작 고창성은 이런 칭찬에 단호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직 예전 물오른 피칭감각을 되찾지 못했고, 때문에 사령탑의 칭찬에 들뜰 필요가 없다고 냉정하게 생각하고 있다. 확실한 기량을 보여주는 것만이 진짜로 인정을 받는 길임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고창성은 "칭찬을 하시는데 난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작년보다는 나아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다"라고 주변의 칭찬에 어색함을 드러냈다.
실제로 고창성은 은근히 냉정한 면이 있다. 지난해 부진과 관련해 질문을 던지면 항상 "내가 그냥 못한 것"이라고 말을 아낀다. 이런 모습은 전지훈련장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 고창성은 투구폼을 살짝 바꿨다. 2년에 걸쳐 많은 경기에 등판하며 누적된 피로로 인해 구위 하락과 부상후유증이 있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피칭시 팔스윙을 변경했지만 이것이 더욱 밸런스를 무너뜨리게 했다. 고창성은 "작년에는 사실 던지고자하는 타깃이 안보였다. 컨디션이 좋을 때면 홈플레이트까지 선이 보인다. 안보여서 불안해졌고, 이것이 반복됐다"고 아쉬움을 살짝 털어놓기도 했다.
고창성은 2012년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다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계획이다. 고창성은 "안 아프게 무사히 시즌을 마쳤으면 좋겠다. 무슨 핑계을 대겠느냐, 야구장에서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매섭게 눈빛을 번뜩였다. 답변도 짧고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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