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에 '견제 바람'이 불고 있다. 진원지는 '견제의 달인' 봉중근이다.
LG는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 봉중근은 같은 팀의 좌완 투수들에게 자신의 견제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봉중근의 견제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일본야구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이치로를 1루에 바짝 엎드리게 하면서 '명품견제'로 꼽히고 있다.
봉중근 효과는 곧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LG는 14일 오키나와 나고구장에서 니혼햄 파이터즈와 연습경기를 치렀다. 이날 선발은 신인 좌완투수 최성훈. 이어 3회부터는 역시 좌완투수인 신재웅이 마운드를 물려받았다.
시작은 최성훈이었다. 선두타자에게 홈런을 허용한 최성훈은 다음 타자를 곧바로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최성훈은 견제로 위기를 넘기는 것처럼 보였다. 1루에 좋은 견제구를 던져 1루 주자를 협살에 걸리게 만든 것.
그러나 일본인 1루심은 보크를 선언했다. 1사 주자가 없어야 할 상황이 무사 2루가 돼버렸다. 결국 최성훈은 흔들리며 폭투와 내야 땅볼로 추가점을 내주고 말았다. 연습경기임에도 김기태 감독이 잠시 나와서 어필할 정도로 거의 완벽한 견제였지만, 보크에 지나치게 엄격한 일본 심판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견제를 직접 전수해준 봉중근도 "저게 무슨 보크냐"며 펄쩍 뛰면서도 "후배들이 잘 써먹으니 기분이 좋다. 가르쳐준 대로 잘 한다"고 후배를 대견스러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두 번째 투수 신재웅은 아예 견제로 1루 주자를 아웃시키는 장면을 연출했다. 3,4회를 무실점으로 막은 신재웅은 5회말 1사 후 좌전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절묘한 1루 견제로 주자를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손쉽게 아웃카운트 하나를 늘린 덕분에 신재웅은 6,7회에도 점수를 내주지 않고 5이닝 무실점 호투라는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경기 후 최성훈은 "봉중근 선배님께 배운 대로 해봤는데 정말 주자가 걸려서 신기했다"며 "보크가 선언돼 아쉽긴 하지만 잘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봉중근 선배님도 보크 아니라고 격려해주셨다"고 말했다. 신재웅도 "나도 원래 견제를 잘 하는 편이었는데 봉중근 선배님 덕분에 더 좋아진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날 경기에 나서지 않고 관중석에서 봉중근, 리즈, 주키치, 우규민 등과 경기를 지켜보던 정재복은 "왼손 애들은 견제가 다 봉중근이네"라고 말했다. 우규민도 "정말 (봉)중근이 형이랑 견제가 다들 비슷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를 옆에서 듣고 있던 봉중근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선후배가 서로의 장점을 공유한다. 강팀이 되는 방법 중 하나다. LG에 부는 '견제 바람'이 달라진 LG의 모습을 엿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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