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창단 멤버가 모두 사라져 분위기가 다소 침체됐던 인천 유나이티드가 2002 한일월드컵 4강 주역 설기현(33), 김남일(35)을 잇따라 영입함으로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됐다.
인천은 오는 24일 설기현, 김남일의 입단식을 치른다. 둘 다 2년 계약으로 인천 유니폼을 입는다. 허정무 감독에게는 이들이 기쁜 설 선물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인천은 별다른 전력 수혈을 하지 못하며 시간만 보냈다. 허 감독이 여러 자유계약선수(FA)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지만 모두 다른 구단으로 이동해 헛물만 켰다.
그러나 오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맺은 인연이 가동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설기현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대표팀으로 허 감독과 맺은 인연이, 김남일은 인천 연고지내 부평고 출신에다 남아공월드컵 때 허 감독이 대표 발탁해 베테랑에 대한 믿음을 보여줬던 부분이 인천으로 이끌었다.
허 감독은 이들이 젊은 후배들을 이끄는 역할을 해내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인천은 임중용(37) 플레잉코치가 독일로 연수를 떠났고, 전재호(32)가 부산 아이파크로 이적하며 2003년 창단 멤버가 모두 팀을 떠났다.
팀은 젊어졌지만 선수단 전체를 컨트롤하거나 경기를 노련하게 이끌 자원이 부족한 것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골키퍼 권정혁(34)이 있지만 성격이 너무 좋은데다 포지션상 한계가 있어 선배의 악역을 맡기에는 힘이 부친다는 평가다. 중선참 김한섭(30), 정혁(26)은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
허 감독 입장에서는 선수단 내에서 맺고 끊는 카리스마가 확실한 인물이 필요했다. 그래서 설기현이 선수단의 멘토, 김남일이 경기를 이끌 리더 역할로 손색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허 감독은 "이들이 후배들을 잘 아우르고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특히 김남일의 경우 팀 내 중심을 제대로 잡아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둘의 영입이 확정된 가운데 설기현은 이미 지난 15일 인천의 목포 전지훈련에 합류해 19일까지 함께 땀을 흘렸다. 분위기도 확실히 달라졌다. 훈련 중 설기현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곁눈질을 하며 배우는 등 후배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설기현의 말 한마디에도 주의를 기울일 정도다. 설기현은 울산 현대에서 생활할 당시 인천에 대한 인상을 이야기하며 선수들을 독려하는 등 선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인천 관계자는 "같은 이야기라도 많은 경험을 한 설기현이 말하니 다르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라고 설명했다.
함께 훈련했던 인천의 한 선수는 "멀게만 느껴졌던 설기현이 가까이 있으니 신기하다. 후배들이 말 걸기가 어려운데 알아서 다가와주는 느낌이다. 괌 전지훈련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남일까지 영입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놀랍다. 순식간에 팀 전체가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라고 전했다.
허 감독은 "둘이 인천에서 선수 생활을 멋있게 마무리하면서 많은 것들을 전수해줬으면 좋겠다. 남은 2002 세대들도 (K리그 복귀 등의) 좋은 선택을 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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