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박정배(29)가 두산 방출 후 SK에 입단하면서 주먹을 불끈 거머쥐었다. 야구인생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기회라고 생각한 박정배는 그 어느 때보다 매섭게 각오를 다지고 있다. 목소리에는 새 팀을 찾게 된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강한 의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박정배는 지난달 두산의 마무리캠프 도중 방출 통보를 받고 충격을 받았다. 최소한 한 시즌은 더 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구단 측은 재계약 대상자 명단에서 그를 제외했다. 한순간에 실업자 신세가 된 박정배는 눈앞이 캄캄했다.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부인 장희선 씨와 3살 난 딸아이 가율 양을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이었다. 하지만 부인 장 씨는 "힘을 내라"고 격려했고 박정배는 현역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여러 구단의 문을 두드린 끝에 SK에 입단하는데 성공했다.
사실 박정배는 이미 두산 측에서 은퇴권유를 받았다. 동시에 원정기록원 제의를 받았지만 박정배는 현역생활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았고, 프로세계의 현실에서 구단 측은 더 이상 그를 포용하지 않았다.
1982년생으로 중동초-공주중-공주고-한양대를 졸업하고 2005년 2차 5순위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우완 박정배는 사실 올 시즌까지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입단 후 2년간 간간이 두산의 중간계투진으로 활약한 것이 전부였고, 공익근무를 마치고 복귀한 2009년 이후에도 주로 2군에서 머물렀다. 무리한 의욕으로 인한 팔꿈치 통증과 제구불안이 수 년간 그의 발목을 잡아왔다.
와중에 방출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박정배는 2011 시즌 스프링캠프 직전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고, 그 결과 1년 내내 체력적으로 고생을 했다. 이에 이번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캠프에 가겠다고 의욕을 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던 것이다.
한 동안 마음고생을 했던 박정배는 아내의 격려 속에 현역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한화와 LG 등 여러 구단의 문을 두드렸고, 드디어 지난 24일 SK와 계약할 수 있었다. 이후 박정배는 이만수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와 인사를 나누고 요즘 문학구장으로 출퇴근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박정배는 "어떻게든 살 길이 있기는 한가 보다"며 "다른 구단들에 연락을 해도 답변이 없었다. SK도 사실 긴가민가 했었는데 연락이 왔다"고 웃음을 지었다. 방출 통보 후 "불안했는데 이렇게 됐다"고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
이어 박정배는 "유재웅과 전병두(두산 출신)가 있고, 동기생들도 많다. 박재상, 정상호, 김강민 등이 다 동기들이다. 그런데 (김)강민이는 날 보고 (선배인 줄 알았는지)인사를 하더라. 내가 동기니까 인사하지 말라고 했다"고 농담까지 던졌다.
하지만 웃음 속에 박정배는 "정말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문학구장에서 보자"고 1군 입성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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