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올 시즌 투수로서 가장 명성을 떨친 이는 단연 윤석민(KIA)이었다. 트리플크라운을 비롯해 4관왕에 오른 윤석민은 시즌 MVP에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면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의 존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대한민국 최고의 '소방수'로서 오승환은 그 어떤 역대 클로저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포효했다. 2011 시즌 오승환은 마운드의 괴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신초-우신중-경기고-단국대를 졸업하고 2005년 삼성에 2차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지명돼 입단한 오승환은 데뷔년인 2005년 계투요원으로 시즌을 맞이해 권오준의 부진으로 마무리 투수로 입성했다. 그리고 독보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2005년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하는 등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후 오승환은 승승장구했다. 2006년에는 47세이브를 올리면서 한 시즌 최다세이브 아시아신기록을 세웠고, 2007년에도 40세이브를 달성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후 오승환은 2008년 39세이브를 올려 삼성의 뒷문을 책임지는 임무를 꾸준히 이어갔다. 3년 연속 세이브왕의 위업도 달성했다.
2011 시즌 오승환은 54경기 출전해 47세이브 1승 평균자책점 0.63을 기록했다. 자신의 아시아기록 경신에는 실패했지만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이 0.67에 그치는 등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여기에 큰 의미가 있다. 오승환은 지난 2008년 후반부터 구위가 조금씩 떨어지더니 2009 시즌 도중 어깨 부상을 입었다. 7월16일 대구 두산전서 오승환은 11-10으로 리드하던 9회초 등판해 오른 어깨 통증을 호소했고 자진강판했다. 등판만 하면 승리를 지켜내든, 아주 드물게 불을 지르든 승부에 마침표를 찍고야 말았던 오승환은 2005년 입단 이후 처음으로 자진 강판을 선택한 것이다.
결국 이후 오승환은 부상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며 2010 시즌까지 불완전연소로 아쉬움을 삼켜야했다. 2010년 16경기에 등판했지만, 선동열 전 감독은 아직 몸상태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판단해, 그에게 회복기간 1년을 추가했고, 오승환은 묵묵히 재활에 몰두하면서 부활을 꿈꿨다.
그리고 2011 시즌 오승환이 최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150km를 가볍게 찍는 묵직한 돌직구로 승률 100%를 기록하면서 삼성의 우승을 견인했다. 동점을 허용한 경우도 있지만 타선의 지원으로 패전을 떠안은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고, 오승환의 쾌속질주는 한국시리즈를 넘어 아시아시리즈까지 이어졌다. 2011 오승환은 마무리투수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셈이다.
세이브 부문에서 오승환은 그야말로 기록제조기다. 2007년 최소경기 100세이브를 달성한 이후 아시아 최다 세이브를 올렸고 올해는 최연소 최소경기 통산 200세이브, 최다경기 연속 아시아신기록까지 새로 써내려갔다.
이제 다가오는 2012년 오승환은 통산 최다세이브 기록까지 노리고 있다. 현재 212세이브를 기록 중인 오승환은 앞으로 16세이브만 추가하면 김용수(전 LG)가 보유한 227세이브를 경신할 수 있다. 올 해의 기세라면 시즌 중반 오승환은 겨우 프로 8년차에 대한민국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을 보유한 투수로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오승환의 존재 덕에 류중일 감독은 "우리는 8회까지만 생각하면 된다"고 언급해왔고, 2012년에도 삼성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의 막강한 직구다.
아시아시리즈까지 계속된 기나긴 시즌 일정을 모두 소화했지만 오승환의 어깨는 아직도 튼튼하다. 그는 지난 2년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풀어내고 정상이 자신이 서 있어야 할 자리임을 제대로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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